인공지능(AI)이 인간의 일자리를 위협할 수 있다는 경고음이 커지는 가운데, “주로 고학력자 및 고임금 근로자가 AI에 더 많이 노출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1일 미국 퓨리서치센터에 따르면, 미국 근로자 19%는 ‘AI에 많이 노출된 직업’(The Most Exposure to AI)에 종사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이들 직업의 주요 업무는 AI로 완전히, 혹은 일부 대체될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반면, ‘매우 적게 노출된 직업’(The Least Exposure to AI)은 23%였는데, 이들의 주요 업무는 아직 AI가 접근할 수 없는 분야였다.
특히 업무 중 대학 교육이나 분석 기술이 필요한 직업일수록 AI 노출 수준이 높아지고, 아울러 대체로 고임금을 받는 직업군인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대졸 학사 학위 이상을 가진 근로자(27%)는 고교 졸업장만 가진 근로자(12%)보다 두 배 이상 AI에 노출된 직업을 갖고 있을 것으로 예측됐다. 반면, 고졸 이하 학력자는 이 수치에서 3%에 불과했다.
AI에 매우 많이 노출된 직업군(High Exposure)과 덜 노출된 직업군(Low Exposure)도 구체적으로 나왔다. 예산 분석, 데이터 입력, 세무 분야 및 전문 작가, 웹 개발자 등은 AI에 많이 노출된 직업으로 분류됐다. 반면, 이ㆍ미용사, 영유아 보육사, 가사도우미, 소방관, 배관공 등은 적게 노출된 직업군이었다. 수의사, 인테리어, 기금 모금, 영업ㆍ판매 분야는 ‘중간 노출 직업군’(Medium Exposure)으로 분류됐다.
인종별로는 아시아인이 24%로 AI에 가장 많이 노출된 직업을 갖고 있었고 백인(20%) 흑인(15%) 히스패닉(13%) 근로자 순이었다. 성별로는 여성(21%)이 남성(17%)보다 더 많이 AI에 노출될 것으로 예상됐다.
그런데도 AI에 더 많이 노출된 산업에 종사하는 근로자들은 ‘자신의 직업이 위험할 것’이라고 우려하기보다 오히려 희망을 품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퓨리서치는 전했다. 퓨리서치는 “정보ㆍ기술 분야 종사자의 32%는 ‘AI가 개인에게 해를 끼치기보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해를 끼칠 것’이라고 전망한 종사자는 11%였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특정 직군이 AI에 영향을 많이 받는다고 해서 곧장 대량 실직 사태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퓨리서치는 “AI가 근로자의 업무를 ‘대체’할 수도 있지만, ‘보완’하는 보조수단으로 활용돼 생산성을 향상시킬 수도 있다”라고 했다. 실제로 미국 MIT는 최근 444명을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챗GPT를 보고서 작성 등에 사용한 직장인들이 평균 10분 작업을 빨리 끝냈고, 보고서 평가 점수도 더 높았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그렇다면 우리는 밀려오는 AI 시대에 어떻게 대처해야 할까? ‘챗GPT의 아버지’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는 지난 6월 한국을 찾아 “인공지능의 발전·보급은 인터넷 등장 이후 가장 좋은 기회의 장이 될 것이다. AI를 활용하는 창업자들에게 그야말로 적기”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다만, 걱정스러운 점은 변화의 속도다. 과거엔 새로운 기술 산업 변화에 적응하는데 200년이 걸렸다면, 우리는 10년 안에 AI 시대에 적응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한국인터넷기업협회 디지털경제연구원도 4월 발표한 이슈보고서(우리는 어떻게 새로운 파도를 탈 것인가?)를 통해 “사고력 향상을 위한 교육을 통해 새 기술을 도구로 활용할 능력을 배양해야 한다”라고 제안했다.
한편, 이번 보고서는 퓨리서치센터가 지난해 12월 미국 성인 1만1,004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작성됐다. 또 각 직업별로 직무수행과 관련한 개별 활동을 평가해 ‘AI에 노출될 가능성이 어느 정도인지’ 측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