짙어진 그림자·더 커진 거대악…뚜껑 연 D.P. 2 그 후

입력
2023.08.02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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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준희 감독 "조석봉 사건 후 '어떻게 살아갈까' 담으려"
국가의 책임 묻는 뚜렷해진 문제의식…글로벌 5위도
개연성 비판엔 "아무것도 못 해내는 이야기라면 의미 없어"

※ 이 기사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2'에 대한 스포일러가 일부 포함돼 있습니다.

변한 것은 없었다. 아무것도. 오히려 각 캐릭터를 드리운 그림자는 짙어졌고, 시리즈가 겨냥하는 '거대악'은 더 세를 불렸다. 지난달 28일 시즌2를 공개한 넷플릭스 오리지널 'D.P. 2' 이야기다.

'D.P. 시즌1'(2021년)의 파장은 컸다. 탈영병들을 잡는 군무 이탈 체포조(D.P.)라는 생소했던 소재로, 군 내부의 어두운 이야기를 밖으로 드러냈다. 당시 국방부가 "악성 사고가 은폐될 수 없는 병영환경으로 바뀌어가고 있다"고 해명했을 정도다. "군대가 아직도 저렇다고?" 하는 놀라움부터 "나도 겪었다"는 고발까지 반응은 다양했지만, 우리 모두의 마음엔 비슷한 생각 하나가 남았다. '누구나 방관자도, 피해자도, 심지어 가해자도 될 수 있구나.'

시즌2가 향하는 곳은 좀 더 깊숙한 곳이다. 시즌1이 탈영병 체포 스토리에 집중했다면 시즌2에서는 시스템이라는 '거대악'에 맞서는 이야기가 주를 이룬다. 여기서 거대악은 국군본부 법무실장 구자운(지진희)을 주축으로 한 군대라는 조직 그 자체다. 안준호(정해인)와 한호열(구교환) 등 주요 캐릭터들에 드리운 그림자가 짙어진 점도 특징. 가끔씩 극의 어두움을 덜어냈던 한호열이란 캐릭터만의 독특함이나 '준호열'의 '티키타카'를 기대했다면 자칫 실망할 수 있다.

한준희 감독은 2일 이에 대해 "(시즌1 마지막 에피소드였던) 조석봉(조현철) 일병 사건을 겪고 난 뒤 남은 사람들이 '어떻게 살아가야 할까', '어떤 방식으로 자기들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에 대해 그려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부조리한 현실과 끔찍한 사건을 겪고도 살아남은 이들이 아무 일도 없던 듯 돌아갈 수는 없지 않느냐고 되묻는 듯했다. 캐릭터들은 각자의 방식으로 고통을 느낀다. 한호열은 시즌2 초반 트라우마로 실어증을 앓고, 안준호는 끊임없이 '이러면 안 되는 거 아닌가? 난 무엇을 더 할 수 있지?' 스스로에게 묻는다.

시즌2라고는 하지만 사실상 시즌1의 연장선상에 가깝다. 시즌1에서 잠깐 얼굴을 내비쳤던 조석봉의 동기이자 친구인 관심병사 김루리(문상훈)가 시즌2의 주축이 된다. 군대 내 가혹행위 피해자였던 김루리는 총기 난사 사건의 가해자가 된다. '누가 가해자이고, 피해자인 걸까'에 대한 고민이 깊어질 때쯤 극은 우리가 잊고 있던 국가의 책임을 묻는다. "그들은 나라를 지키기 위해 군대에 왔습니다. 같이 생활을 하다가 누가 누구를 죽이는 일이 발생했는데, '나라는 아무 책임이 없다?' 그럼 그런 나라를 위해서 그들은 무엇을 지키기 위해 군인이 됐습니까?"라고 임지섭(손석구) 대위는 외친다. 시즌1보다 더 뚜렷해진 이 문제의식은 이날 시즌2가 '넷플릭스 글로벌 TOP 10 TV(비영어권)' 부문 5위에 오르면서 글로벌에도 통할 수 있음을 입증해 보이고 있다.

아쉬운 지점은 시즌1에서는 강점이었던 개연성이 약화됐다는 점. 마지막회에서 국가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 청구 소송은 극적인 전개를 위해 많은 설정이 뭉개지거나 비현실적으로 그려졌다는 인상을 받는다. 이를테면 시즌1에서 탈영병 신우석에 대한 뿌리 깊은 부채의식으로 탈영을 감행하는 안준호의 선택은 차치하고서라도, D.P. 요원들과 기차에서 격투를 벌이는 장면은 지나치게 극적이다. 이에 대해 한 감독은 "국가를 상대로 누가 이긴 적도, 비긴 적도 당연히 없다"면서 "'저럴 수도 있어? 말이 돼?' 하는 결말일지언정 또다시 아무것도 해내지 못하는 스토리로 간다면 '시즌2를 만드는 게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근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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