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제르 쿠데타에 유독 프랑스가 노심초사하는 까닭은?

입력
2023.08.01 08:40
축출된 정부와 군사 개입 공모 정황
시위대에 대사관 공격당하자 최루탄
원전 연료 우라늄 공급 차질 불안감

서아프리카 니제르에서 일어난 쿠데타에 유독 프랑스가 노심초사하는 모습이다. 전면 부인하기는 했지만 축출된 정부와 군사 개입을 공모했다는 주장도 나왔다.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에는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다. 무슨 까닭일까.

아랍권 매체 알자지라에 따르면, 니제르 군부 대변인인 아마두 아브드라만 공군 대령은 7월 31일(현지시간) 국영 TV에서 “프랑스가 모하메드 바줌 대통령의 석방을 위해 일부 니제르인과 군사적인 개입을 공모하고 있다”며 “대통령궁과 니제르 군부 수뇌부가 공격 대상”이라고 밝혔다.

아울러 아브드라만 대령은 군부에 축출된 니제르 정부가 바줌 대통령 석방을 위해 프랑스의 군사 개입을 승인했다며 관련 문서에 서명한 인사로 하수미 마수두 외무장관을 지목했다고 영국 로이터통신이 보도했다. 마수두 장관은 앞서 쿠데타 발발 직후 지금은 ‘X’로 이름을 바꾼 트위터 계정에서 “행정부 임시 수반으로서 모든 민주·애국 시민들에게 촉구한다”며 “우리 조국에 위험을 가져오는 이 모험을 막아 달라”고 호소한 바 있다.

프랑스는 개입 모의설을 일축했다. 카트린 콜로나 프랑스 외교부 장관은 BFM방송에 출연해 프랑스가 니제르에서 군사 개입을 공모했다는 주장은 전혀 사실이 아니라고 선을 그으며 바줌 대통령 복귀를 촉구한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친서방 정부 덕에 잠복했던 프랑스와 니제르 간의 오랜 반목이 이번 쿠데타를 계기로 드러나는 형국이다. 니제르 군부는 한 서방 국가 대사관의 경비 부대가 전날 수도 니아메에서 쿠데타를 지지하는 시위대에 최루탄을 발사했다고 주장했다. 그 과정에서 시위 참가자 6명이 다쳐 입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전날 니아메에서는 쿠데타 군부 세력을 지지하는 시위대 수천 명이 러시아 국기를 흔들며 가두 행진을 벌였고, 시위 도중 현지 주재 프랑스 대사관이 공격받아 출입문에 불이 붙기도 했다. 일부 시위대는 돌을 던지며 과거 식민 지배를 했던 프랑스를 비난하는 구호를 외쳤다.

이에 프랑스 외교부와 국방부는 이날 함께 성명을 배포해 외교 공관과 직원의 안전을 보장하는 것은 국제법에 따른 의무라고 해명했다. 콜로나 외교장관은 “우리가 전날 목격한 것은 폭력적이고 극도로 위험한 시위였다”며 “유일한 우선순위는 우리 국민의 안전”이라고 강조했다.

즉각 영향 없다지만…

서방 국가 중 프랑스가 이번 니제르 쿠데타에 두드러지게 예민해 보이는 것은 원자력발전(원전) 필수 연료인 우라늄 공급에 차질이 빚어질지 모른다는 불안감 때문이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이날 정치전문매체 폴리티코에 따르면 프랑스는 원전 연료인 우라늄의 15%를 니제르에서 수입한다. 프랑스는 전체 전력 생산의 70% 이상을 원전에 의존하는 나라다.

당장 영향은 없다는 게 프랑스 정부 입장이다. 프랑스 에너지부 당국자는 폴리티코에 “프랑스는 원전 (우라늄) 공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어느 한 부지나 회사, 특정 국가에 의존하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유럽 전체가 곤란해질 개연성이 있고, 프랑스의 이해관계는 특히 깊은 편이다. 유럽연합(EU)은 지난해 2월 러시아 침공에 의한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 이후 대러시아 제재 패키지를 여러 차례 채택했지만 아직 러시아산 우라늄 및 원전 관련 품목은 포함하지 않았다. 유럽 싱크탱크인 자크들로르연구소의 푹빈 응우옌 연구원은 폴리티코에 “니제르 상황이 악화한다면 러시아산 우라늄에 대한 제재 채택을 더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권경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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