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풍 독수리에 1000㎜ 기록적 폭우… 중국서 최소 2명 사망

입력
2023.07.31 22:20
베이징·톈진·허베이 등 집중호우
베이징 향하던 비행기 비상착륙… 기차 취소·연착도

제5호 태풍 '독수리'가 중국 동부 지역을 따라 북상하며 곳에 따라 1,000㎜에 육박하는 많은 비를 뿌렸다. 수도 베이징에서는 최소 2명이 숨졌다.

31일 중국 인민일보에 따르면, 이날 오전 베이징시 서부 외곽 먼터우거우구(區)의 한 하천에서 시신 2구가 발견됐다. 29일 오후 8시쯤부터 집중 호우가 내린 먼터우거우구의 강수량은 이날까지 320.8㎜로 집계됐다. 특히 구 안의 11개 지점에는 400㎜가 넘는 비가 쏟아졌고, 이 가운데 두 곳은 500㎜가 넘는 폭우가 내렸다. 차량이나 중앙분리대, 가건물 등이 떠내려가는 장면이 곳곳에서 포착됐다.

태풍 독수리가 28일 중국 동남부 저장성에 상륙한 뒤 동부 해안을 따라 최고 풍속 초속 50m의 빠른 속도로 북상하면서다. 특히 태풍 영향권에 든 베이징·톈진·허베이성 등 중국 수도권과 북부 내륙 지역에 큰비가 내렸다. 허베이성 싱타이시 린청자오장과 량자장에는 29일 오전 9시부터 이날 오전 9시까지 48시간 동안 총 987.7㎜의 폭우가 쏟아졌다고 현지 언론은 전했다.

이번 폭우로 베이징 곳곳에선 발이 묶였다. 신경보에 따르면 베이징의 두 공항인 다싱공항과 서우두공항으로 향하려다 다른 지역 공항에 비상 착륙한 항공편은 이날 오후 5시 기준 30편을 넘었고, 이후로도 증가하고 있다. 서우두공항에선 이날 오전 10시 기준 40편의 항공편이 취소된 상태다.

베이징서역과 펑타이역 등 베이징에서도 비가 더 많이 온 서부 지역을 향하거나 경유하는 기차편 일부가 취소되거나 연착됐다. 이날 중국 최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웨이보에는 허베이성 장자커우를 출발해 펑타이역에 가려다 기차가 전진하지 못하고 멈추면서 30여 시간을 객실에서 보낸 승객들의 이야기가 영상과 함께 퍼지기도 했다. 베이징 시내버스는 이날 오전 8시 30분 기준 총 227개 노선이 운행을 중단하거나 배차간격을 늘렸다.

태풍이 지나간 중국 동남부 지역의 피해도 속속 알려지고 있다. 푸젠성에서는 145만4,500명의 이재민이 발생하고 36만3,000명이 긴급 피난한 것으로 집계됐다. 또 농경지 1만800헥타르(㏊)가 폭우 피해를 입었고, 이 가운데 456.61㏊는 수확이 불가능한 상태로 파악됐다. 무너진 가옥은 90곳, 파손된 가옥은 5,000곳에 가깝다. 푸젠성 취안저우시의 침수된 한 보석 가게에서는 귀금속이 유실돼 총 500만 위안(약 8억9,000만 원) 상당 피해가 발생하기도 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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