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차이나전쟁 최악의 오폭 사건

입력
2023.08.07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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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7 프리덤 딜(Freedom Deal) 작전

1973년 8월 7일, 미국 공군의 캄보디아 ‘네악 루옹(Neak Loeung)’ 오폭 사건은 인도차이나 반도에서 미국이 저지른 최악의 전쟁범죄 중 하나였다. 그날 미 제7공군 B-52 전략폭격기는 수도 프놈펜 남동부 도시 네악 루옹에 약 30톤의 폭탄을 투하, 민간인 등 273명의 목숨을 앗았다. 중상 385명 등 총사상자는 752명에 달했다.

70년 5월 본격화한 ‘프리덤 딜(Freedom Deal) 작전’은 베트콩 군수 루트 파괴를 위한 미 항공 지원작전이다. 론놀 친미 정권(크메르공화국)을 돕기 위한, 공산 반군 크메르루주 소탕 작전이기도 했다.

훗날 밝혀진 바, 당시 미군은 전략폭격기를 띄우면서도 타격 지점에 대한 확정적 정보가 없었다. 지상군이 먼저 목표지점에 고주파 송신기(beacon)를 설치하고 폭격기가 레이더로 전파를 수신해 당시 기준으로 ‘정밀 폭격’하는 일반적인 방식도 활용되지 않았다. 사건 직전 폭격기 레이더가 송신기를 운반 중이던 아군 헬기를 타격 목표로 포착한 일이 있어 관련 장비를 아예 끈 채 작전에 나선 거였다. 한마디로 민간인 희생을 최소화하기 위한 어떠한 군사적 조치도 없었다는 방증이었다. 네악 루옹 오폭 다음 날 메콩강 유역의 춤 로엉(Chum Roeung) 마을도 애먼 폭격의 과녁이 돼 민간인 8명이 숨지고 16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미국 정부와 군 당국은 현지 미국 언론의 취재를 조직적으로 방해하며 피해 규모를 대폭 축소 발표했고, 희생자 유족 등에게 1인당 400달러의 위로보상금을 약속함으로써 파문을 잠재웠다. 2000년대 공개된 기밀문서에 따르면, 그 약속조차 제대로 이행되지 않아 실제 지급된 보상금은 1인당 218달러에 불과했다.

미 공군은 73년 한 해에만, 2차대전 일본 본토에 투하한 양의 약 절반인 25만7,000톤의 폭탄을 캄보디아 동부지역에 퍼부었다. 미국은 캄보디아에서도 군사적-정치적으로 패배했다.

최윤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