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에서 회복한 이후 소비자들의 카드 사용량이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카드사들의 상반기 실적이 큰 폭으로 떨어졌다. 고금리 직격탄을 피하지 못한 탓이다. 카드사들은 혜택을 줄이는 등 자구책에 나섰지만 연말까지 반등은 쉽지 않아 보인다.
31일 업계에 따르면 이날까지 2분기 실적을 공시한 금융지주 계열 카드사 4곳의 순이익은 총 6,645억 원으로 전년 동기(9,114억 원) 대비 27% 감소했다. 신한카드의 상반기 당기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23.2% 감소한 3,169억 원을 기록했고, 이 외에 KB국민카드 1,929억 원(-21.5%), 우리카드 819억 원(-38.7%), 하나카드는 726억 원(-23.7%)으로 집계됐다.
정작 2분기 카드 사용 실적은 늘었다. 여신금융협회에 따르면 올해 2분기 전체 카드 승인금액은 292조1,00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4.1% 증가했고, 승인 건수는 70억7,000만 건으로 6.9% 올랐다. 엔데믹 이후 여행·여가 관련 산업 매출이 늘어난 덕분이다. 다만 업계 관계자는 "카드 가맹점의 95%가량이 수수료를 감면받고 있기 때문에, 카드 사용량이 늘어난다고 해서 카드사 실적에 직접적으로 큰 도움이 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고객들이 지난해보다 카드를 더 많이, 더 자주 긁었음에도 카드사 실적이 나빠진 가장 큰 이유는 고금리로 인한 조달금리 상승이 꼽힌다. 은행처럼 수신 기능이 없는 카드사는 여전채 발행으로 대출에 필요한 자금을 조달한다. 여전채 금리는 6%에 육박하던 지난해 말에 비해 다소 안정됐지만, 연초 3%대까지 떨어졌다가 다시 오르기 시작해 현재 4% 선을 넘어섰다. 카드사가 갚아야 할 이자 부담이 높아졌다는 뜻이다. 금리가 높아지면서 리스크 관리를 위해 대손충당금을 대폭 높인 것도 실적에는 마이너스로 작용했다. 실제 지난해만 해도 0%대였던 카드사 연체율은 최근 1%대로 상승한 상태다.
카드사들은 '알짜 혜택'을 줄이고 내실 경영을 꾀하는 식으로 위기에 대응하고 있지만, 금리가 대폭 떨어지지 않는 한 하반기까지는 실적 부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의 영향이 내년 초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라며 "경기 악화로 고객들의 상환 능력도 약화하고 있어 하반기에도 반등은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