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만이 빚은 선거법 입법 공백, 의원 세비가 아깝다

입력
2023.08.0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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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법재판소가 위헌과 헌법불합치 결정을 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국회가 처리시한인 어제까지 보완입법을 하지 않아 입법공백이 시작됐다. 오늘부터 누구나 언제든 선거 현수막을 내걸고 유인물을 배포할 수 있고, 선거운동 기간의 정치집회 제약도 없어졌다. 국회가 할 일을 방기해 초래될 선거혼탁의 폐해는 국민 몫일 수밖에 없다.

헌재는 지난해 7월 정치적 표현의 자유를 과도하게 제한하는 선거법 조항에 제동을 걸었다. 먼저 선거운동 기간 향우회와 종친회, 동창회, 단합대회, 야유회 또는 그 밖의 성격의 집회나 모임 개최를 금지한 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 판결을 내렸다. 이에 국회 정치개혁특위는 기존 조항에 ‘5개 모임과 30명 초과 금지’라는 문구를 넣은 개정안을 마련했으나, 법사위에서 그 기준이 명확지 않다는 이유로 제동이 걸렸다. 처리시한을 앞두고 졸속 심사를 하다 보니 생긴 일인데 정작 여야는 아무런 사후조치도 하지 않았다. 이렇게 특정인 지지를 위한 집회나 모임을 줄줄이 여는 금권선거를 제어할 법적 수단이 사라진 것이다.

선거일 180일 전부터 현수막이나 광고물 등을 게시할 수 없고, 후보자 배우자 등을 제외하고 어깨띠 등의 사용을 금지한 선거법 조항은 앞서 헌법불합치로 결정 났다. 정개특위는 120일로 기준을 완화한 개정안을 통과시켰으나, 이 역시 위헌 조항과 맞물려 처리가 무산됐다. 비방으로 가득 찬 무분별한 정당 현수막 공해에 시달리는 국민불편을 한 번이라도 고민했다면 이런 무책임한 사태는 없었을 것이다.

헌재가 1년 시간을 주었는데도 입법공백 상황을 초래한 것은 여야의 명백한 직무유기다. 당장 10월 구청장 선거를 앞둔 서울 강서구 주민들은 돈 선거와 현수막 공해를 고스란히 감내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이러고도 세계 최고 수준의 세비(연간 1억5,000만 원)를 받을 자격이 있는지 묻지 않을 수 없다. 입법부가 법을 어기는 현실을 지켜봐야 하는 국민들의 싸늘한 시선을 여야 모두는 두려워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