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경선토론 불참 시사 "군소후보들과 한 무대 서야하나"

입력
2023.07.31 08:10
'1강 체제' 굳히기 들어간 트럼프
공화당 경선 파행 예고

내년 미국 대선의 공화당 후보 선출 첫 관문인 경선 토론회가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가운데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이 불참 의사를 재차 확인하면서 공화당 경선이 파행을 예고하고 있다. 사실상 '1강 체제' 굳히기에 돌입한 트럼프 전 대통령이 굳이 토론 무대에 서서 불필요한 흠집을 남기지 않으려는 것으로 보인다.

30일(현지시간) 미국 정치전문매체 더힐 등에 따르면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날 펜실베이니아에서 열린 유세에서 지지자들에게 자신이 내달 경선 토론회에 참석해야 하느냐고 물었다. 그는 "내가 0, 1, 2, 3, 4%의 지지율을 가진 이들 옆에 서서 그들이 내게 적대적인 질문을 하도록 해야 하느냐"고 질문을 던졌고, 이에 군중들은 한결같이 "아니다(No)"라고 외쳤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그렇다면 토론회를 건너뛰어야 하느냐'고 하자 군중들은 환호로 화답했다.

공화당 경선 후보 첫 토론회는 다음달 24일 위스콘신주(州) 밀워키에서 폭스뉴스 주최로 열린다.트럼프는 지금껏 공화당 경선 토론회 불참 의사를 수 차례 시사해왔는데, 이날 발언은 지지자들을 빌어 이런 방침을 굳히려 한 것으로 풀이된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공화당 지지층 과반의 압도적 지지를 받고 있다. 그의 유일한 대항마로 여겨져온 론 디샌티스 플로리다 주지사도 20% 안팎의 지지에 그치고 있고, 그 외 다른 후보들은 5% 미만 지지율로 존재감이 미미한 상황이다.

다른 후보들은 트럼프의 토론 참석을 강하게 압박하고 있다. 디샌티스 주지사는 이달 초 뉴스맥스 인터뷰에서 "누구도 후보 지명에 대한 당연한 권리를 갖고 있지 않으며, 후보자가 따내야 한다"며 "난 트럼프가 나타나 자신의 입장을 밝히고 우리 모두처럼 질문에 답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니키 헤일리 전 유엔대사는 트럼프 전 대통령이 토론 무대에서 그의 법적인 문제를 해명해야 한다고 했고, 크리스 크리스티 전 뉴저지 주지사는 토론을 회피하는 것은 공정하지 않을뿐더러 공화당 유권자에 대한 무례라고 비판했다.

권영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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