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부터 올해 6월까지 전국 공립 초·중·고 교원 100명이 극단 선택으로 숨졌다는 황망한 수치가 보도됐다.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으로 수면으로 올라온 ‘교권 붕괴’ 문제가 얼마나 광범위하고 심각하게 곪아 있었는지를 보여준다. 이 지경이 될 때까지 현상 파악도 제대로 하지 못한 교육 당국뿐 아니라, 학교와 직간접적으로 연결된 사회 구성원 모두 부끄러워해야 한다.
교육부가 전국 시도교육청을 통해 취합한 자료를 보면, 스스로 목숨을 끊은 교사 100명 중 57명이 초등교사였다. 전국 교사 중 초등교사 비율(44%)보다 높다. 초등교사는 학부모의 악성민원에 가장 많이 노출된다. 70명의 사망이 ‘원인불명’으로 분류됐는데, 자살 사건의 경우 원인을 제대로 수사하지 않고 마무리하거나 현장에서 은폐했을 가능성이 보이는 대목이다.
서이초 교사는 학교에서 목숨을 끊음으로써 여론이 폭발한 드문 사건이다. 그동안 같은 고통을 겪고도 억울함조차 호소하지 못한 채 세상을 등진 교사들을 생각하면 죄스러운 마음이다. 더구나 100명 통계에는 사립학교 교사는 포함되지 않아 실제 희생자는 더 많을 것으로 보인다. 얼마 전 유가족이 “내 딸도 6개월 전 똑같이 죽었다”며 눈물로 호소한 사연은 사립학교 기간제 교사였다.
교육부가 뒤늦게 교권 보호 방안 마련에 나섰지만 만시지탄이다.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이 2012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이던 시절, 서울시의회에서 발의했던 교권보호조례를 반대했던 전력도 회자되고 있다. 교육부는 “조례로 위임된 사항이 아니라는 점을 지적한 것이고 이후 정부 차원의 대책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교권 추락이 가속화한 배경엔 교육당국의 정책 실패가 있었음이 명백하다. 학부모들의 악성 민원과 갑질에 앳된 교사들이 스러지는 동안 교육부는 어디에 있었나. 경험이 부족한 신임 교사들에게 기피 학년이나 기피 지역을 맡기는 학교와 교육 당국의 배치 관행도 점검해야 한다. 무엇보다 자녀를 학교에 보내는 학부모라면 교사를 얼마나 존중하고 있는지 돌아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