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6년간 공립학교 교사 100명이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집계됐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은 초등학교 교사였다. 최근 학부모 및 학생의 교권 침해 사례가 초등학교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하고, 서울 서이초에서는 교사가 교내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일까지 벌어진 상황과 맞물려 눈여겨볼 대목이다.
30일 정경희 국민의힘 의원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8년 1월 1일부터 올해 6월 30일까지 극단적 선택을 한 공립 초중고 교사는 100명이었다. 학교급별 사망자는 초등학교가 57명으로 가장 많았고 고등학교 28명, 중학교 15명이었다. 전체 교사에서 초등학교 교사가 차지하는 비율이 44.1%(2022년 기준 44만2,000명 중 19만5,000명)인 점을 감안하면, 극단적 선택을 한 교사 중 초등학교 교사 비율(57%)이 두드러진다.
교사의 극단적 선택은 2018년(14명)부터 2021년(22명)까지 매년 증가하다가 지난해(19명) 소폭 감소했다. 이 기간 초등학교 교사 사망은 2018년 7명에서 2021년 16명으로 2배 넘게 늘었다가 지난해 12명으로 줄었다. 올해는 상반기에만 교사 11명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초등학교와 중학교가 각각 4명, 고등학교가 3명이었다.
교육부는 숨진 교사 100명 가운데 70명의 극단적 선택 이유를 '원인 불명'으로 집계했다. 당국이 의지를 갖고 실태 파악에 임한 것인지 의문이 생기는 부분이다. 원인이 규명된 30명 중에는 우울증·공황장애가 16명으로 가장 많았는데, 이 가운데 14명이 초등학교 교사였다. 다른 사유로는 가족 갈등(4명), 신변 비관(3명), 질병 비관(3명), 병역 의무(2명), 결혼 준비(1명), 투자 실패(1명)가 있었다.
스스로 생을 마감할 만큼 좌절을 겪은 교사 가운데 초등학교 교사가 많고, 이 중 상당수는 정신적 고통을 받았다는 점에서, 학부모의 과도한 민원이 교사들에게 미치는 부담을 방증하는 결과라는 분석이 조심스럽게 제기된다.
교육부에 따르면 2022학년도에 초등학교에서 발생한 교권침해 사건 가운데 29.6%(287건 중 85건)가 학부모·보호자에 의해 발생했다. 유치원과 중고등학교까지 통틀어 보면 교권침해 사건의 93.3%(3,035건 중 2,833건)가 학생에 의한 것이고, 학부모·보호자가 일으킨 사건은 6.7%(202건)인 것과 뚜렷이 대비된다. 전국초등교사노조가 25일 발표한 초등학교 교사 2,390명 설문조사 결과에서도 교사 대부분이 "교권 침해를 당한 적이 있다"(99.2%)고 답하면서 침해 유형으로 "학부모 악성 민원"(49%)을 가장 많이 꼽았다.
학부모의 교권 침해 행위 중 물리력을 동반한 사건도 늘고 있다. 교육부 집계에 따르면 2019학년도 학부모 등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 중 상해·폭행의 비율은 3.5%였으나 2022학년도엔 6.9%로 2배 늘었다. 협박 비율도 같은 기간 9.3%에서 11.9%로 늘었다. 반면 모욕·명예훼손 비중은 49.2%에서 37.1%로 줄었다. 교사에 대한 민원 제기 양상이 한층 격해졌다는 의미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