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악귀'] 물 만난 김태리의 존재감

입력
2023.07.30 11:59
29일 종영한 SBS 드라마 '악귀'
대본집 선인세로 펼친 선한 영향력

배우 김태리가 '악귀'로 존재감을 증명했다. 김태리는 구산영과 악귀에 씐 그를 모두 표현해 내며 극의 공기를 바꾸는 역할을 했다. 김은숙 작가의 손을 잡은 김태리는 제대로 물을 만난 듯한 모습이었다.

29일 SBS 드라마 '악귀'가 막을 내렸다. 이 작품은 악귀에 씐 여자와 그 악귀를 볼 수 있는 남자가 의문의 죽음을 파헤치는 이야기를 담은 한국형 오컬트 미스터리물이다.

악귀는 구산영(김태리) 몸에 들어갔다. 이어 윤경문(박지영)에게 구산영이 거울 속에 갇혀 있다는 사실을 알려줬다. 거울 속 구산영은 죽을 위기에 처한 상황이었다. 염해상(오정세)은 구산영을 살리기 위해 악귀에게 손가락을 빼앗아 태우려 했다. 그러나 악귀는 "이 몸이 죽으면 구산영은 못 돌아온다"면서 구산영의 몸에 피를 냈다. 결국 손가락을 되찾은 악귀는 염해상을 찔렀다.

그러나 거울 속 구산영이 악귀를 방해하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구산영의 힘으로 악귀의 손가락이 불탔기 때문이다. 구산영은 자신의 몸으로 돌아가 수 있게 됐지만 여전히 귀신이 보이는 상태였다. 염해상과 그는 쥐불놀이가 진행되는 곳을 찾아 행복한 귀신들의 모습을 봤다.

'악귀'는 '싸인' '유령' '시그널' '킹덤' 등으로 큰 인기를 누린 김은희 작가의 신작이다. 2014년 종영한 '쓰리 데이즈' 후 약 9년 만에 SBS의 손을 잡은 그는 치밀하게 쌓아 올린 서사로 다시 한번 진가를 발휘했다. 유독 돋보이는 점은 구산영의 설정이었다. 구산영은 그저 누군가를 구원하곤 했던 다른 작품 속 여자 주인공과 달리 자신의 몸을 노리는 악귀까지 이겨내야 했다. 악귀에 잠식돼 가며 괴로워하는 구산영의 모습이 긴장감을 안겼다.

그렇기에 김태리의 연기가 더욱 중요했다. 구산영이 작품에 흐르는 공기를 바꿔야 하는 존재였기 때문이다. 구산영의 몸이 악귀의 차지가 됐을 때는 원래의 그와 다른 모습을 보여줘야 했다. 김태리는 제작발표회를 찾았을 당시 "각각의 인물을 연기할 때마다 그 상황에 집중하려 했다"고 밝혔는데 의도대로 두 가지 캐릭터가 명확하게 구분됐다. 오정세 홍경의 열연 또한 눈길을 끌었다.

'악귀'는 첫 화부터 지난 28일 방송까지 9~11%대 시청률을 넘나들며 큰 사랑을 받았다. 작품은 시청자들의 사랑에 선한 영향력으로 화답했다는 점에서도 시선을 모은다. '악귀' 측은 대본집 선인세를 기부한다고 밝힌 바 있다. 어려운 환경에 놓인 어린이들을 위한 기부금이었다.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로 여름 무더위를 날렸던 '악귀'는 유종의 미를 거두며 퇴장을 알렸다.

정한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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