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교사들이 이달 사망한 서이초 초등교사를 추모하고, 안전한 교육환경 조성을 촉구하기 위해 또 한 번 거리로 나섰다. 교사들이 자발적으로 모인 집회는 이달 22일에 이어 두 번째다.
교사들의 자발적 모임인 '전국교사행동'은 29일 오후 2시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7·29 공교육 정상화를 위한 집회'를 열고 "학생, 학부모, 교사의 인권이 모두 보장될 수 있는 안전한 학교를 만들어 달라"고 요구했다. 참석자들은 '아동학대처벌법을 개정하라' '교사의 교육권을 보장하라' '정상적인 교육환경을 조성하라' 등의 구호를 외쳤다.
주최 측은 1만 명이 참가할 것으로 예상했지만, 실제로는 약 3만 명(주최 측 추산)의 전·현직 교사 및 예비 교사들이 함께했다. 이날 서울 최고기온은 34도. 폭염경보가 내려진 무더운 날씨였지만 참석한 교사들은 이달 18일 숨진 서이초 교사를 추모하기 위해 상·하의 모두 검은색 옷을 맞춰 입고 왔다. 일부 참석자들은 집회 중 서이초 교사 추모 영상이 나오자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이들은 입장문을 내고 "지난주 우리는 꽃다운 나이에 세상을 떠나신 한 선생님의 소식에 가슴 아파하며 많은 눈물을 흘렸다"며 "단 한 선생님만의 일이 아니었음을, 전국 수많은 교실에 걸쳐 만연해 있던 문제라는 점을 통감했다"고 말했다. 이어 "교사를 넘어 교육을 위해 모였다"며 "교육이 더는 무너지도록 둘 수 없다. 다시 뜨거운 열정으로 아이들을 가르칠 수 있도록 힘을 모아달라"고 강조했다.
참가자들은 교사 보호는 물론, 학생과 학부모까지 함께 공존할 수 있는 제도적 조치가 필요하다고도 주장했다. 본인도 아동학대범으로 몰려 1년 간 민·형사 재판을 받았다는 21년 경력의 한 초등교사는 "1년여 간의 싸움 끝에 모든 혐의를 벗었는데 나보다 어린 교사가 교실에서 목숨을 잃었다"며 "아동학대처벌법이 교사의 손발을 묶고 교사를 협박하는데 악용되지 못하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같은날 서이초 교사 유족은 경찰과 학교가 사망 원인을 개인적 문제로 몰아가며 사건의 본질을 흐렸다고 비판했다. 유족 측은 "경찰은 학교에서의 본질적인 문제를 외면하고 개인 신상 문제로 방향을 몰아 유족의 판단마저 흐리게 했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 측이 고인이 학교폭력 업무를 담당하지 않았다고 입장문을 내면서 이른바 '연필 사건'을 누락시킨 점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유족 측은 "학교는 20일 두 번에 걸쳐 입장문을 내면서 두 번째 입장문에서는 왜 핵심 사건이라고 할 수 있는 '연필 사건'을 누락시켰는가"라며 "경찰은 사건 본질을 조작했고 학교에서는 사건의 핵심 내용을 은폐했다. 명백한 범죄행위이며 관계기관에서는 철저한 조사와 책임자에 대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말했다.
유족 측은 "이제 상담 내용 등이 객관적으로 드러나고 있다. 사건에 대한 철저한 진상 규명이 이뤄져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