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서이초 교사 사망사건에 "교권과 학생인권, 모순·대립하는 것 아냐"

입력
2023.07.28 21:39

서울 서이초등학교 교사 사망사건 관련 국가인권위원회가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은 모순·대립되는 것이 아니다"라며 교권침해 문제가 학생인권조례 때문이라는 일각의 주장을 일축했다.

인권위는 28일 송두환 위원장 명의의 성명을 통해 "교사에 대한 인권침해 상황이 그간 학생 인권을 강조해 생겨난 문제라거나 학생인권조례가 제정된 탓으로 돌리려는 일각의 주장을 경계해야 한다"고 밝혔다. 송 위원장은 이어 "학생인권조례는 체벌 관행과 여학생 속옷까지도 점검하던 복장 규제를 없애는 등 학교를 인권 친화적으로 만드는 데 기여했다"며 "힘들게 쌓아온 노력이 후퇴하지 말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지난 18일 서울 서이초등학교의 한 교사가 교내에서 사망한 가운데 해당 교사가 생전 학생 지도 문제 등으로 곤혹을 겪었다는 의혹이 붉어지며 교권침해 논란이 벌어졌다. 서이초 사건을 계기로 과중한 업무, 학부모 민원 등에 불만이 쌓여왔던 교사들의 성토가 잇따랐다. 이에 당정은 교권강화 명목으로 학생인권조례 개정 의사를 내비친 반면, 야당은 학생인권조례는 교사 지위 하락 문제를 풀 수 있는 근본적인 접근방식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찬반 공방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권위는 인권조례가 교권침해의 원인이 아님을 분명히 했다. 송 위원장은 "학생의 교사 폭행이나 수업 방해, 학부모의 괴롭힘 등은 학생 인권과는 다른 차원의 문제"라며 "교사의 교권과 학생의 인권을 조화롭게 보호·증진할 수 있는 학교 문화, 교육환경 전반을 어떻게 설계하고 운영할지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정부를 향해선 "교원들이 처한 인권 상황을 촘촘히 살펴보고 '인권 친화적 학교 만들기' 관점에서 학교 구성원이 안전하게 가르치고 배울 수 있는 종합적 대책 마련에 힘써달라"고 당부했다.

인권위는 다음달 교원단체 간담회를 열고 교육 현장에 적용할 수 있는 아동학대 판단 매뉴얼을 마련할 계획이다. 또 교원 인권상황 실태조사를 실시해 조사 결과를 바탕으로 교육 당국에 종합적 정책권고를 할 방침이다.

이승엽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