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앵커가 전해드립니다. 동그람이 ‘이동슈’ 시작합니다.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들의 유통 경로가 처음 밝혀졌습니다. 허가받지 않은 번식장 강아지를 합법 번식장 출신이라고 속이는 방식이었습니다. 그런데, 이 불법 유통을 주도한 사람의 정체는 대학의 반려동물과 교수였습니다.
비좁은 뜬장에 강아지들이 갇혀 있습니다. 바닥에는 배설물이 잔뜩 떨어져 있었습니다. 강아지들의 밥그릇에는 음식물 쓰레기가 담겨 있습니다. 지난 26일 충남 보령시에 위치한 번식장에 동물단체 활동가들이 들이닥쳤습니다. 동물보호법상 번식장은 허가를 받아야 운영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곳은 무허가 번식장이었습니다. 동물단체는 이곳 외에도 불법 번식장을 하나 더 발견했습니다. 두 번식장에서 발견된 개들은 600마리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됩니다.
현행법상 불법 번식장에서 태어난 강아지는 판매 경로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들은 꾸준히 강아지를 팔았습니다. 불법이 합법으로 둔갑한 장소는 경매장이었습니다. 불법 번식장 출신 강아지 관리카드에, 합법 번식장의 일련번호를 적어 넣어 조작한 겁니다. 이번 불법 번식장의 존재도 이 경매장을 역추적해 찾을 수 있었습니다.
대전 유성구에 위치한 경매장은, 지난주 동물보호단체 ‘비글구조네트워크’ 고발로 실체가 드러났습니다. 이 단체 유영재 대표는, “조작된 서류는 낙찰 받은 펫숍에 전달된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최종 소비자도 합법적인 경로로 반려동물을 분양받았다고 생각할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이 단체는 경매장 운영자의 신상도 폭로했습니다. 경매장 주인은 대전의 한 대학교에서 반려동물과 교수로 재직하던 홍모씨였습니다. 이들은 홍씨를 사문서위조와 동물보호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했습니다. 사건이 불거진 뒤, 해당 대학은 홍씨를 해임 조치했습니다.
비글구조네트워크에 따르면 유성구 경매장과 연관된 불법 번식장은 약 50곳으로 추정됩니다. 이번에 적발된 곳을 포함한 불법 번식장들은 모두 동물보호법 위반 혐의로 고발된 상태입니다.
경매장에서 관리카드를 조작할 만큼 불법 행위가 판치고 있었지만, 단속은 전무했습니다. 유 대표는 “단속 주체인 지방자치단체가 개체관리카드만 잘 살펴봐도, 불법 번식장 문제 대부분이 해소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보령 번식장에서 지내던 동물들은 27일 모두 구조된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번식장을 적발한 동물권행동 카라와 코리안K9레스큐, 코리안독스 등 동물단체들은 이틀간 번식장 주인들과 대화를 시도했습니다. 대화를 지속한 끝에 합의를 이끌어낸 동물단체들은, 동물들을 보호소로 옮길 수 있었습니다. 최초 적발 당시 현장에 있었던 경찰은 지방자치단체 협조 요청을 받으면 수사를 시작하겠다는 입장입니다.
카라와 동물단체들은 구조 이후에도 번식장 주인들의 전업을 설득하는 데 집중할 계획입니다. 카라 전진경 대표는 “불법 행위가 있었던 만큼 경찰 조사는 불가피하다"고 말했습니다. 다만 전대표는 "우리의 목표는 이들이 다시는 불법 번식업을 하지 않도록 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후속 조치를 예고했습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불법 번식장 문제가 뿌리뽑힐 수 있을지 주목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