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왜 그렇게 떠?" "홍박사님을 아세요?"… 숏폼 장악한 '챌린지' 음원

입력
2023.07.31 17:30
22면
랄랄, 조주봉 등 유튜브 크리에이터들 음원 발매
1, 2분 내외 짧은 노래에 중독성 강한 멜로디·안무
틱톡·유튜브 챌린지 장악... "콘텐츠 영향력 확보"


“눈을 왜 그렇게 떠? 네모나게 떠? 저 맘에 안 들죠?”

짙은 화장에 화려한 옷을 차려입은 ‘센 언니’들이 카메라를 향해 눈을 흘기다가 흘러나오는 노래에 맞춰 고개를 까딱거린다. 비트가 바뀔 때마다 고개를 튕기며 표정이 더 강렬해지는 모습이 웃음을 자아낸다. 단순한 가사에 중독적인 비트가 인상적인 이 노래는 ‘스퀘어 아이즈’로, 인터넷 방송 플랫폼 아프리카TV BJ로 시작해 예능인으로 활약 중인 랄랄(31)이 지난 4월 발매한 음원이다. 클럽 화장실에서의 ‘센 언니’들 기 싸움을 우스꽝스럽게 표현한 랄랄의 콘텐츠가 입소문을 타면서 탄생했다. 음원 발매 후 세 달이 지난 지금까지도 챌린지의 인기는 식지 않고 있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나 코미디언, 인터넷 방송 BJ 등 예능인들이 자신이 유행시킨 콘텐츠나 밈(meme·인터넷에서 유행하는 사진이나 영상)을 활용해 노래를 제작, 음원 시장에 뛰어들고 있다. 코믹한 음원을 배경음악 삼아 ‘숏폼’ 플랫폼에서 화제성을 얻으려는 새로운 전략으로 해석된다.

“홍박사님을 아세요?” 예능인의 음원 발매 열풍


코미디언들이 모인 유튜브 채널 ‘메타코미디클럽’의 주콘텐츠는 스탠드업 코미디다. 코미디언 조훈(30)은 ‘꽃중년 조주봉’이라는 캐릭터로 이 채널에 등장, ‘49금’ 스탠드업 코미디를 선보이며 화제가 되기 시작했다. 열띤 반응에 힘입어 조주봉 명의로 지난달 5일 음원 ‘홍박사님을 아세요?’까지 발매됐다. 조주봉이 소개한 ‘49금’ 에피소드에 등장하는 '홍박사'라는 캐릭터를 활용해 가사마다 ‘홍박사님을 아세요?’라는 후렴구가 등장하는 게 특징이다. 이런 음원 발매 움직임은 틱톡 등 숏폼 플랫폼에서 활동하는 크리에이터들 사이에서 더욱 활발하다. 댄스 틱톡커로 유명한 퀸동주 역시 ‘헬로 퀸’ ‘러브머신건’ 등 이미 자신의 명의로 발매한 음원만 5개다.

이들의 음원은 댄스 챌린지로 이어지면서 폭발적인 반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랄랄의 ‘스퀘어 아이즈’에 맞춰 시건방진 표정을 짓는 ‘눈 네모 챌린지’는 해당 키워드가 태그된 영상에 한해서만 누적 조회수가 1억1,900만 회를 넘었다. 특히 엄정화, 이효리, (여자)아이들, 엔믹스 등 스타들까지 이 챌린지에 동참하며 파급력을 더했다. ‘홍박사님을 아세요?’의 반복되는 멜로디에 맞춰 귀엽고 쉬운 안무를 추는 ‘홍박사 챌린지’ 역시 해당 태그 영상 누적 조회수가 5,900만 회를 넘어섰다. 그의 뮤직비디오도 공개 3주 만에 조회수 154만 회를 기록했다.

행사용 음원 발매하던 예능인, 이제는 ‘숏폼’ 노린다

예능인이 음원을 발매하는 움직임은 이전부터 활발했다. ‘개가수(개그맨과 가수의 합성어)’라는 표현이 널리 쓰였을 정도였다. 이들은 주로 3분 이상의 완결성 있는 발라드·트로트 곡을 부르며 가수로서의 활동 범위를 넓혀왔다. 그룹 UV 멤버로 '이태원 프리덤', '쿨하지 못해 미안해' 등 히트곡을 배출했던 코미디언 유세윤, 래퍼 데프콘과 함께 그룹 형돈이와 대준이로도 활동했던 정형돈 등이 대표적이다. 하재근 대중문화평론가는 “이전까지 코미디언들의 음원 발매 목적은 주로 지역 행사를 원활하게 소화하는 데 있었다”며 “가수로서 무대를 서기 위해 음원이 필요했던 것”이라고 풀이했다.

하지만 최근 음원 시장에 뛰어드는 예능인들은 활동 형태도, 목적도 과거와 다르다. 우선 음원부터 1, 2분 내외의 짧은 분량으로 만들어진다. 가사는 따라 하기 쉬운 유행어 두어 개만 활용해 극히 단순한 형태로 구성한다. 가수로서 무대에 서기보다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상에서 곡의 파급력을 넓히기 위함이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유튜브 쇼츠, 틱톡 등이 주무대인 요즘 예능인들의 목적은 댄스 챌린지를 흥행시켜 콘텐츠 영향력을 확보하는 것”이라며 “유행어나 밈은 인기를 얻더라도 자신의 소유권이나 저작권을 주장하기 어려운 반면, 이를 음원 형태로 발매함으로써 콘텐츠의 권리를 명확히 할 수 있다는 점도 고려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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