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지구가 ‘끓는’ 시대다. 지구온난화는 옛말이 됐다. 과장된 표현이 아니라, 유엔의 공식 경고다. 세계기상기구(WMO)도 “올해 7월 첫 3주는 역사상 가장 더웠던 3주로 확인됐다. 이번 달이 지난 12만 년 중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이라는 진단을 내놨다.
27일(현지시간) 미국 CNN방송과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이날 “지구온난화(global warming) 시대가 끝나고, 지구열대화(global boiling) 시대가 시작됐다”고 최근 이상고온 현상을 평가했다. 단순한 온도 상승을 넘어, 인류 생존이 힘들 정도의 극한 기후 시대에 진입했다는 뜻이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이어 “지구 온도 상승 폭을 섭씨 1.5도 이내로 제한한다는 목표를 달성하면 최악을 면할 여지는 있다”며 각국의 적극적 대응을 촉구했다.
이날 유럽연합(EU) 산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도 무시무시했던 7월 폭염에 대한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1940년 이후 기온 데이터를 토대로 “2023년 7월은 지난 12만 년 동안 ‘가장 더운 달’이 될 것”이라고 밝힌 것이다.
경미한 차이로 새 기록이 세워진 게 아니다. 이달 1~23일 전 세계 평균 지표면 온도는 섭씨 16.95도로 집계됐는데, 이는 기존 최고치인 2019년 7월의 16.63도를 크게 웃돈다. CNN은 “통상 온도 관련 기록은 100분의 1도 차이로 깨지지만, 올해 새 기록은 큰 폭으로 갱신됐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번 관측은 약 80년간의 데이터에 한정됐고, 기후 기록도 1800년대부터 집계됐다는 한계가 있긴 하다. 그러나 서맨사 버지스 C3S 부국장은 나이테와 해양퇴적물, 산호초를 통해 추정한 결과라며 “올해 7월은 약 12만 년 전 간빙기 이후, 역대 가장 더운 달로 기록될 것”이라고 가디언에 말했다.
올해 들어 더위 관련 기록은 매달 새로 쓰이고 있다. 지난달도 1940년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이었다. 버지스 부국장은 “올해 봄과 여름엔 거의 모든 달이 ‘역대 가장 더운 달’ 상위 5위 안에 들었다”고 짚었다. 2023년도 가장 따뜻했던 해가 될 것이라는 게 그의 예상이다.
특히 아시아와 유럽, 북미는 여전히 극한 더위에 신음하고 있다. 미국 남서부에선 43도 이상 폭염이 한 달째 이어지며 온열질환에 따른 인명피해도 늘고 있다. 미 기상청(NSW)은 이 일대를 덮은 ‘열돔’이 동북부까지 확대되며 미국 인구 절반가량이 폭염에 노출될 것이라고 봤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이날 사상 첫 연방정부 차원의 폭염 위험 경보 조치를 발령하기도 했다.
남유럽 그리스, 이탈리아와 아프리카 알제리 등 지중해 일대에서는 고온으로 인한 산불로 현재까지 40명 이상의 사망자가 나왔다. 지난 주말 로도스섬에서 번진 산불로 약 2만 명의 관광객이 긴급대피를 했던 그리스의 경우, 수은주가 46도까지 치솟으며 화재 61건이 추가 발생했다. 중국에서도 지난달 폭염 때문에 돼지, 토끼, 물고기 등이 줄줄이 폐사해 식량 위기 가능성마저 거론되고 있다고 CNN은 전했다.
더 섬뜩한 건 올해는 시작일 뿐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C3S는 보고서에서 “엘니뇨가 아직 발달 단계에 있다는 점에서, 그 영향이 본격화하는 내년엔 온도가 더 급격히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심지어 해수면 온도가 평년 대비 2도 이상 상승하는 ‘슈퍼 엘니뇨’마저 예상된다. 킴 콥 미국 브라운대 교수도 “7월 기온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충격적”이라며 “얼마 안 있어 기록이 또 갱신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