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크라이나군이 남동부 최전선에 추가 병력과 무기를 전진 배치하며 러시아군에 뺏긴 영토 수복을 위한 공격 수위를 바짝 끌어올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점령한 자포리자주(州)를 관통해 최남단 멜리토폴로 진격하는 데 공을 들이고 있다. 아조우해 인근에 있는 멜리토폴을 장악하면 러시아군을 우크라이나 남동부와 크림반도로 각각 떨어뜨려 둘 수 있어 우크라이나에 유리하다. 자포리자주 동쪽과 접한 도네츠크주 스타로마요르스케 마을을 수복하는 등 일부 성과도 내고 있다.
우크라이나의 이 같은 공세는 러시아군 방어선을 뚫을 돌파구를 어느 정도 마련했기 때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전력 증강에 따른 일시적 성과일 뿐이며, 성급한 단정은 이르다는 신중론도 상당하다.
미국 뉴욕타임스(NYT)와 CNN방송 등에 따르면,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27일(현지시간) 한 우크라이나 군인이 "제35여단과 야리이 영토방어 부대가 스타로마요르스케를 해방했다"고 말하는 모습이 담긴 영상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텔레그램을 통해 공유하며 "우리의 남부, 우리의 대원들"이라고 치켜세웠다. 스타로마요르스케는 러시아군의 주요 거점으로 우크라이나가 최근 몇 주 동안 탈환을 위해 힘썼던 곳이다.
'우크라이나가 남동부 최전선에 전력을 대거 보강했다'는 소식이 알려진 뒤, 첫 번째 구체적인 성과다. NYT는 전날 미국 정부 관리를 인용해 "우크라이나가 최근 미국 등 서방에서 훈련을 받은 병력 6만3,000명 중 수천 명을 자포리자 인근 최전선에 투입했다"고 보도했다. 우크라이나 국방부도 구체적 병력 규모를 공개하진 않았지만, "멜리토폴, 베르단스크 방향으로 공세 작전을 펴고 있다"고 확인했다. 러시아 국방부는 "우크라이나가 3개 대대(약 3,000명)를 투입했다"고 주장했다.
이를 두고 우크라이나가 지난달 초 개시한 '대반격 작전'이 새 국면으로 접어든 게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우크라이나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던 지난 7~8주를 일종의 '탐색전' 기간으로 볼 수 있다는 얘기다. 미국 정부 관계자 2명은 "우크라이나가 러시아군 방어선의 잠재적 약점을 확인했다는 신호"라고 CNN에 말했다. 실제로 격전지인 자포리자주 로보티네에서는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 방어선에서 약 2.5㎞ 지점까지 진격한 것으로 보인다는 미국 전쟁연구소(ISW) 분석도 있다.
다만 이 같은 전망은 시기상조라는 평가도 있다. 우크라이나군이 러시아군을 아조우해까지 몰아내려면 약 100㎞를 더 전진해야 한다. 우크라이나 측은 미국에 '성패는 1~3주 안에 나올 것'이라는 취지의 입장을 전했다고 NYT는 보도했다.
러시아 역시 우크라이나의 공세가 강화됐다는 점은 인정한다. 다만 러시아군이 잘 막아내고 있다며 의미를 축소하려는 모습이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이날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열린 러시아·아프리카 정상회의 중 현지 언론과 인터뷰를 갖고 "지난 며칠 동안 우크라이나의 적대 행위가 상당히 심화했다"면서도 "자포리자에서 우크라이나군 장갑차 50대 중 39대를 파괴하고, 우크라이나군 60%를 살해했다"고 주장했다. ISW는 "과장된 발언일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