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세계 간염의 날'… A·B·C형 간염 차이와 치료는?

입력
2023.07.28 20:10

7월 28일은 '세계 간염의 날(World Hepatitis Day)'이다. 간암 발병과 중증질환의 주요 원인으로 꼽히는 바이러스성 간염에 대한 경각심을 높이고 올바른 질환 정보 제공을 위해 제정됐다.

간염(Hepatitis)은 간에 염증이 생겨 간세포가 파괴되는 병이다. 원인은 바이러스, 약물, 알코올, 독초 등이 지적되지만, 바이러스에 의한 간염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일부는 자가면역성 간염이나 윌슨병(Wilson's disease) 등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흔치 않다.

대표적인 간염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이 있다. A형은 1973년, B형은 1965년, C형은 1989년 각각 발견됐다. 이후 D형, E형, G형 간염 바이러스가 추가로 발견됐지만, 주로 발견되는 간염 바이러스는 A형, B형, C형이다.

여기서 주의할 것은 이들 간염 바이러스가 보기엔 고작 한 글자 차이지만 각각 원인과 증상이 다르고 치료법 역시 큰 차이가 있다는 점이다. 권정현 가톨릭대교 인천성모병원 소화기내과 교수의 도움말로 A형, B형, C형 간염의 차이점에 대해 정리했다.

◇A형 간염 여름철 특히 주의…한 번 앓으면 평생 면역

A형 간염은 무더운 여름철에 특히 기승을 부리는 1군 감염병이다. 주로 오염된 손과 물, 음식(특히 조개류), 대소변을 통해 입으로 감염된다. 특히 전염성이 높아 집단 발병 가능성이 높은 편이다. 코로나19 대유행 이전인 2019년에만 1만8,000여 건의 감염 사례가 보고됐을 정도다.

A형 간염은 초기에는 감기처럼 열이 나고 전신 피로감이나 근육통이 생기며 식욕이 떨어지고 구토·발열 등의 전신 증상이 나타나 감기 몸살이나 위염으로 오인할 때가 많다.

대부분 이후 소변 색깔이 진해지고 눈 흰자위에 노란 황달기가 생긴 후에야 A형 간염에 노출됐다는 사실을 알아챈다. A형 간염 바이러스는 몸 안에 들어오면 평균 4주 정도의 잠복기를 거쳐 발현한다. 증상은 심하고 높은 간 기능 수치가 올라가지만 빠른 호전과 회복을 보이며 급성 간염(6개월 이내)의 형태로 나타난다.

A형 간염에 감염되면 적절한 영양 섭취와 안정을 취하는 것 외에 아직 특별한 치료법은 없다. 대부분 병원에 입원해 수액 치료 등 대증요법을 통해 회복된다. 개인 위생과 함께 백신 접종을 통한 예방이 가장 효과적인 관리법이다. 한 번 앓고 나면 평생 면역이 생긴다. 간암 발생과는 관련이 없다.

A형 간염 예방백신은 2회에 걸쳐 받는다. 만 1~16세에 접종을 진행하고, 1차 접종 후 6~12개월 뒤 추가 접종한다. 소아청소년기에 감염된 경우는 감기처럼 가볍게 앓고 지나갈 때가 많다. 평소 손을 깨끗이 씻고, 여름철에는 날음식이나 상한 음식을 되도록 피한다. 지하수나 약수는 끓여 마시는 것이 좋다.

권정현 교수는 “A형 간염은 백신이 개발되기 전 위생 개선으로 A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던 20~40대가 취약 계층”이라며 “실제 현재 국내 A형 간염 발생의 절반을 20~30대가 차지하는 반면, 50대 이상은 어린 시절 A형 간염을 앓고 지나오면서 면역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많다”고 했다.

◇B형 간염은 간경변·간암의 주원인 질환

국내 B형 간염 바이러스 감염률은 2000년대 3%대에서 2019년 10세 이상에서 2%로 꾸준히 감소하고 있다. 백신 상용화 이전인 1980년대는 8~10%로 높았다.

특히 B형 간염 바이러스는 만성 B형 간염, 간경변, 간암으로 진행해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 실제 국내 만성 간염과 간경변 환자의 70%, 간암 환자의 60%는 B형 간염 바이러스가 원인이다.

B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체액, 감염된 사람과의 성접촉, 주사기 바늘 공동 사용 등을 통해 감염된다. 특히 바이러스 보유 여성의 출산 시 아기가 감염되는 모자간 수직 감염이 가장 중요한 감염 경로로 알려진다.

그러나 최근에는 만성 B형 간염 임신부에게서 태어난 아이라도 출산 후 12시간 안에 예방접종과 면역글로불린 추가 접종을 통해 감염률을 현저히 낮추고 있다.

예방접종은 총 3회 0개월, 1개월, 6개월에 한다. 특히 B형 간염 보유자의 가족, 수혈을 자주 받아야 하는 환자, 혈액투석 환자 등은 B형 간염 바이러스에 노출될 위험이 높은 만큼 반드시 예방접종을 하도록 한다.

만성 B형 간염 환자라도 간수치가 정상일 때가 많고, 약간 나쁠 때에도 증상을 동반하지 않기에 관리나 치료를 하지 않고 방치하다가 복수가 차고 황달이 생기는 간경변으로 진행한 후에야 병원을 찾을 때가 많다.

또 자각 증상은 전혀 없지만 건강검진이나 우연히 받은 검사에서 간암이 진단돼 병원을 많이 찾는데 이때도 B형 간염이 원인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수직감염 가족력이 있거나, B형 간염 양성으로 알고 있으면 증상 유무, 간수치 등과 상관없이 정기검진으로 간경변이나 간암 진행 여부를 확인해야 한다. 최근에는 내성이 적고 효과가 좋은 경구용 항바이러스제가 개발돼 간경변 진행이나 간암 발생을 크게 낮추고 있다.

권정현 교수는 “최근 항바이러스제의 복용으로 합병증을 동반한 간경변 발생은 확연히 줄고 있다”면서도 “간경변으로 진행하지 않거나 간 수치가 정상이더라도 간암이 발생하기에 정기적으로 초음파검사와 간암 표지자 검사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권 교수는 “특히 항바이러스제는 임의로 투약을 중단하면 바이러스 돌파 현상에 의한 급격한 간수치 증가 등 치료제 내성이 발생할 위험이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C형 간염, 백신 없지만 치료제로 95% 이상 완치

C형 간염도 B형 간염과 마찬가지로 혈액을 통해 감염된다. 예전에는 수혈을 통해 주로 감염됐지만 1991년부터 헌혈 혈액에 대한 C형 간염 바이러스 선별검사가 보편화되면서 이후 수혈을 통한 감염은 크게 줄었다.

반면 정맥주사 약물 남용, 주사침 찔림 손상, 침술, 문신 등 오염 혈액에 노출된 경우가 절반을 차지한다. 매년 전 세계적으로 300만~400만 명이 감염되고, 그중 절반 이상을 아시아 지역 환자들이 차지하고 있다.

국내 B형 간염이 주로 수직 감염으로 전파되는 것과 달리, C형 간염은 성인에서 여러 경로를 거쳐 처음 바이러스에 노출된다. 이 경우 최대 85%에서 바이러스가 자연적으로 없어지지 않고 만성 C형 간염으로 악화한다.

문제는 C형 간염 환자의 80%는 증상이 거의 없다는 점이다. 복수, 황달, 간종괴 등의 증상이 나타나면 간 질환이 상당히 진행된 경우다.

C형 간염은 현재 예방백신이 없다. 따라서 알려진 혈액 전파 감염 경로를 차단하는 것이 유일한 예방법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국가건강검진 항목에 포함돼 있지 않지만, 감염 경로 노출 고위험군이라면 건강검진을 통해 본인의 C형 간염 감염 여부를 확인하는 게 좋다.

C형 간염은 혈액검사로 알 수 있다. C형 간염으로 진단되면 추가적으로 유전자형 검사를 실시한다. 1~6형 등 6가지가 있고 이전에는 유전자형에 따라 치료 약제나 치료 기간이 달라졌다.

하지만 최근에는 모든 유전자형에 잘 듣는 범유전자형 치료 약제들이 나와 있고 95% 이상 완치가 가능하기에 진단 중요성이 훨씬 중요해졌다.

C형 간염은 치료하지 않으면 만성 간염을 거쳐 간경변, 간암으로 악화하기에 조기 진단과 치료가 필수적이다. 다만 C형 간염의 경우 완치 후에도 안심은 금물이다. 간경변, 간암 발생을 정기적으로 확인해야 하고, 치료 후에도 면역력이 생기는 것이 아니기에 다시 언제 어디서 재감염될지 모른다.

권정현 교수는 “간염 환자에서 가장 위험한 경우는 B형이나 C형 간염 바이러스 양성임에도 증상이 없고 간수치가 정상이라는 이유로 병원을 찾지 않는 경우다”며 “현재 항바이러스 치료제가 나와 있고, 여러 발전된 진단법으로 증상, 간 수치에 상관없이 정기적인 진료를 통해 간경변과 간암 진행 또는 발생 예방이 가능한 만큼 적극적인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