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7일 발표한 ‘2023년 세법개정안’은 민간 중심의 경제 활력을 제고하겠다는 데에 방점이 찍혔다. 그동안 과도하다는 지적을 받아온 세 부담을 합리적으로 재편해 기업과 시장의 역동성을 높이고 민생 안정도 꾀하겠다는 게 정부의 의도다. 우선 해외 진출 기업의 국내 복귀를 유도하기 위해 소득ㆍ법인세의 감면 폭과 기간을 확대한 건 일자리를 늘릴 수 있다는 점에서 고무적이다. 비수도권 특구로 이전하는 기업에 대한 세금 감면도 지역균형 발전 차원에서 바람직하다. 출산 보육 수당 비과세 한도 상향과 산후조리비용 세액공제 요건 완화도 긍정적이다.
그러나 아직 국민 공감대가 충분하지 않고 논란의 소지가 큰 개편안도 눈에 띈다. 혼인에 따른 증여재산 공제를 신설하고 1억 원을 추가 공제하기로 한 게 대표적이다. 현재 직계존속으로부터 증여받는 재산의 공제 한도는 5,000만 원이다. 그런데 혼인 시 1억 원을 추가 공제하면 1억5,000만 원까진 세금을 한 푼도 안 내도 된다. 신랑 신부가 각각 한도까지 증여받는다면 총 3억 원을 손에 쥘 수 있다.
10년간 제자리인 증여재산 공제한도를 물가 상승 등을 감안해 상향 조정하는 건 맞는 방향이다. 합계출산율이 사상 최저치인 상황에서 결혼을 장려하기 위한 정책 당국의 고심도 엿보인다. 그러나 한꺼번에 공제액을 3배로 확대하는 건 과도하다. 지금 결혼을 안 하거나 못하는 게 혼인 공제가 없어서 그런 건 아니지 않은가. 자칫 부의 대물림이 쉬워지면 계층 간 위화감과 양극화만 키울 수도 있다. 가업승계 시 증여세 저율 과세(10%) 구간을 60억 원에서 300억 원으로 올리는 것도 과연 그 폭이 적절한지 설명이 부족하다.
이번 세법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하면 세수는 4,719억 원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이미 올해 세수는 40조 원이나 덜 걷힐 것이란 우려가 적잖다. 지난 정부의 감정적이고 징벌적이었던 세제를 정상화하는 건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이를 바로잡는 과정에서 또다시 도가 지나치면 똑같은 우를 범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