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기준금리차가 사상 처음 2%포인트까지 벌어졌다. 국내 물가 상승과 가계부채 증가 문제까지 중첩되면서 한국은행을 둘러싼 기준금리 인상 압력은 높아지는 형국이다.
26일(현지시간)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기준금리를 5.25~5.50%로 0.25%포인트 인상했다. 연준은 지난달 15개월 만에 금리를 동결했지만, 목표치(2%)를 웃도는 물가상승률에 재차 금리인상에 나섰다. 다만 6월 소비자물가(CPI) 상승률이 2년 만에 최소폭(3%) 오른 것을 근거로 "이번이 마지막 인상"이라고 보는 견해가 다수다.
미국 기준금리의 추가 인상 여부를 떠나 ①한국은 당장 초유의 금리차에 직면하게 됐다. 금리차가 크게 벌어질수록 자본 유출과 환율 상승을 우려하는 목소리는 반복적으로 나왔다. 자본이 금리가 높은 미국으로 이동하고, 달러의 가치절상으로 원·달러 환율이 상승할 것이라는 우려다. 이날도 "한국도 금리를 인상해 내외 금리차를 좁혀야 한다"는 주장이 일부 나왔다.
경험에 비춰 봤을 때 내외 금리차와 자본 유출 또는 환율의 상관관계는 명확하지 않다. 금리차가 1.75%포인트 벌어졌던 올해 5월 외국인이 한국 주식과 채권에 135억 달러를 투자했다는 사실이 단적인 예다. 금리차가 1.5%포인트였던 4월(53억8,000만 달러)보다 2.5배 더 많은 액수다. 미국 기준금리가 우리보다 높았던 직전 세 기간 동안에도 외국인 자금은 순유입됐다. 환율도 마찬가지다. 5월 1,340원대로 올랐던 환율은 최근 1,200원대 후반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그렇지만 유례없는 금리차를 두고 "문제없다"고 단언하기엔 섣부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도 이날 열린 비상거시경제금융회의에서 "자본 유출입과 환율 변동은 내외 금리차뿐만 아니라, 국내 및 글로벌 경제·금융 상황 등에 복합적으로 영향받는다는 것이 일반적인 평가"라면서도 "미국 등 주요국 통화정책에 불확실성이 상존하는 만큼 각별한 경계심을 갖고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금리 인상 압력을 높이는 요인은 또 있다. 바로 ②물가와 ③가계부채다. 국내 CPI 상승률은 지난달 2021년 9월 이후 가장 낮은 2.7%(전년 동월 대비)로 떨어졌다. 그러나 한은은 지난해 대폭 상승했던 국제유가의 기저효과가 약해지면 물가상승률이 다시 오르기 시작해 연말 3% 내외를 기록할 것으로 본다. 여기에 최근 국제유가가 산유국 감산과 미국·중국의 경제 성장 기대로 오르고 있고, 기후위기로 농산물 가격까지 폭등할 조짐이다. 지난달 배럴당 60달러대로 떨어졌던 서부텍사스산원유(WTI)는 이날 80달러에 육박했고, 국내 채소 가격은 폭우 전 대비 5배 치솟았다.
은행 가계대출은 지난달까지 3개월 연속 증가했는데 증가폭까지 점차 커지고 있다. 부동산시장이 되살아나면서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이 한 달 새 7조 원이나 늘어난 점은 부담스러운 대목이다. 한은 내부에서까지 "시장금리가 연초 대비 소폭 상승했음에도 대출이 늘고 있다는 건 기준금리 3.5%가 충분히 제약적이지 않다는 방증 아닌가"라는 염려가 나오는 실정이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융통화위원회 이후 기자간담회에서 미국 통화정책 불확실성, 물가, 가계부채를 언급하며 "금통위원 6명 모두 3.75%로 추가 인상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고 경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