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바로 보기 | 6부작 | 18세 이상
데뷔작은 나쁘지 않았다. 호평이 따랐고 꽤 팔리기도 했다. 두 번째 소설은 쉽지 않다. 영감이 사라졌다. 집필을 위해 자리에 앉으면 모니터만 뚫어져라 바라보는 식이다. ‘모디’라는 필명을 쓰는 프랑스 소설가 아드리엥(니콜라 뒤보셸)은 ‘글 감옥’에서 헤어나지 못한다. 그런 그에게 정체 미상 노인이 전화를 한다. 자신의 특별한 사랑 이야기를 글로 남겨달라고.
노인 알베르(닐스 아르스트럽)는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평생 사랑했던 여인 솔랑지(알리제 코스테스)와의 사연을 털어놓는다. 두 사람은 외톨이로 자랐다. 솔랑지의 가정환경은 불우했다. 아버지는 프랑스 점령군으로 있던 나치 병사였다. 솔랑지의 어머니는 늘 손가락질의 대상이었다. 알베르는 어려서부터 솔랑지의 곁을 지켜주는 유일한 사람이었다.
여기까지는 아름답고도 숭고해 보이는 사랑 이야기. 아드리엥이 알베르를 다시 찾았을 때부터 엽기적인 사연이 이어진다. 젊은 시절 알베르와 솔랑지는 의도치 않게 살인을 하게 된다. 이후 둘은 프랑스 전역을 떠돌며 살인을 즐기게 된다. 알베르는 범죄의 쾌감에 빠졌고, 솔랑지는 인질처럼 끌려 다녔다.
아드리엥은 알베르의 고백을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가 밝히는 범죄 내역은 뒤로 갈수록 흉포하다. 알베르의 과거는 기이한 매력을 지녔다. 새 소설에 대한 강박에 사로잡힌 아드리엥에게는 더 할 나위 없이 좋은 소재다. 아드리엥은 알베르의 회고를 계속 듣게 되고 상상조차 하지 못했던 사실을 조금씩 알게 된다.
드라마는 알베르의 과거 범죄 행각, 아드리엥의 현재 삶을 교차시킨다. 아드리엥은 폭력적인 과거를 거쳐 작가로 변신했다. 사랑하는 여자친구가 있으나 관계는 불안전하다. 알베르의 삶을 파고들수록 아드리엥의 삶은 흔들린다. 중년 형사 카렐(사미 부아질라)이 알베르의 뒤를 쫓고 있기도 하다. 이야기는 뒤로 갈수록 물음표가 더 많아진다. 알베르는 왜 아드리엥을 대필작가로 골랐을까. 솔랑지는 지금 어디에 사는가. 카렐은 왜 홀로 알베르 수사에 집착하는가.
드라마는 알베르의 범죄를 단순히 조명하지 않는다. 반전이 몇 개 있다. 알베르가 아드리엥에게 연락한 건 고도의 계략이 있어서다. 아드리엥은 몰랐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기도 하고, 영화 ‘올드 보이’(2003) 내용에 비교할 만한 충격적인 사건이 나오기도 한다. 알베르가 어쩌면 연쇄살인마가 아닐 수도 있다. 아드리엥은 알베르의 손아귀에서 벗어나고 싶다. 피로 얼룩진 과거로부터 도망치고 싶은 욕망의 발로이다. 이야기가 이렇게 끝나는가 섣부른 단정을 내릴 때마다 예상치 못한 일이 발생한다. 돌아보면 복선이 있었던 반전이다. 드라마는 꽤 촘촘하고 잘 짜인 이야기로 시청자들의 호기심을 자극하고, 허를 찌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