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저항한다" 외쳤던 아일랜드 가수 시네이드 오코너 사망

입력
2023.07.27 16: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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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년 56세... 정확한 사망 원인 알려지지 않아
'낫씽 컴페어즈 투 유'로 명성... 저항정신으로 행동

아일랜드의 저항가수 시네이드 오코너가 26일(현지시간) 별세했다. 향년 56세.

오코너의 가족은 성명을 통해 "사랑하는 시네이드의 죽음을 알리는 것은 매우 슬픈 일"이라고 밝혔다고 아일랜드 공영방송 RTE와 영국 BBC 방송 등은 보도했다. 정확한 사망 원인은 알려지지 않았다.

1966년 12월 더블린 카운티에서 태어난 오코너는 10대 때 절도 혐의로 체포돼 악명 높은 여성 수용소인 '막달레나 세탁소'에서 어려운 시절을 보냈다. 한 수녀가 기타를 사준 것이 그가 음악에 빠져든 계기다. 1987년 음반 '사자와 코브라'로 데뷔한 그는 이 앨범이 영국과 미국에서 40위권 안에 진입하는 등 성공을 거뒀다. 1990년 발매한 '낫씽 컴페어즈 투 유'로 미국 빌보드 1위에 올라 세계적 명성을 얻었다. 다음 해에는 롤링스톤에서 올해의 아티스트로 선정되고 영국 대중음악계 최고 권위의 브릿 어워드를 수상하는 등 전성기를 맞았다.

그는 사회 문제에 대한 관심과 불의에 대한 투철한 저항 정신으로도 잘 알려져 있다. 1992년에는 미국 NBC 예능 '새터데이 나이트 라이브'에 출연해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의 사진을 찢어 영구 출연 정지를 당하기도 했다. 가톨릭 신자로서 당시 가톨릭 교회 아동 성폭력 사태를 비판하는 취지였다. 그는 2018년 이슬람교로 개종하고 이름도 이슬람식인 '슈하다'로 개명하기도 했다. 2021년 발표한 회고록 ‘리멤버링’에서 그는 “난 저항하는 가수”라며 “유명해지고 싶은 열망은 없다”고 밝히기도 했다. 삭발한 머리에 무대에서 포효하듯 노래하기도 했던 그는 음악계의 고정적인 여성 이미지를 탈피했다는 평가를 받기도 했다.

오코너는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으로 가수 활동을 중단하기도 했다. 지난해 1월 17세 아들이 실종된 후에 사망한 상태로 발견되면서다. 2022년 남은 기간 동안의 모든 라이브 공연을 취소했다. 그의 생전 마지막 트윗들 중에는 아들을 향해 "내 인생의 사랑, 내 영혼의 등불, 우리는 두 반쪽에 하나의 영혼이다"라며 그리워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대중문화계에서는 오코너에 대한 추모 물결이 일고 있다. 잉글랜드 싱어송라이터 앨리슨 모예는 오코너에 대해 "놀라운 존재감과 돌을 부술 만큼 강력한 목소리를 가졌던 사람"이라고 회상했다. 오코너에 관한 다큐멘터리 영화 '낫씽 컴페어'를 제작 중이었던 영국의 영화감독 캐서린 퍼거슨은 "내게 우리 영화는 시네이드에게 보내는 사랑의 편지였다"며 애도했다.

최은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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