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이민 정서 낳은 정주주의는 틀렸다… 인류는 모두 이주민의 후예"

입력
2023.07.27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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샘 밀러 신간 '이주하는 인류'

수년 전 튀르키예 해변에서 엎드려 잠자는 듯한 모습을 한 채 주검으로 발견된 시리아 난민 아이 알란 쿠르디. 오늘날 인류의 이주 혹은 이민은 난민의 비극적 현실과 맞닿아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과 수단의 군벌 간 무력 충돌을 피하기 위해, 또는 동아프리카 가뭄에서 벗어나기 위해 점점 더 많은 사람이 국외로 탈출을 시도하지만 이들은 어디에서도 환대받지 못한다. 정주성(定住性)을 인류 본성으로 여기는 대다수의 사람에게 이주민은 소수자일 뿐이기 때문이다.

신간 '이주하는 인류'는 현대 세계에서 '비정상적 이주'로 취급되는 난민을 비롯해 인류의 이주에 대한 여러 통념에 의문을 제기하는 책이다. 런던에서 태어나 자랐으나 성인이 된 후로는 특파원 활동 등을 위해 대부분의 시간을 인도에서 보낸 영국 언론인 샘 밀러는 인류의 오랜 이주사를 여러 민족의 관점에서 조명한다.

그는 네안데르탈인과 호모 사피엔스의 이동, 그리스 로마의 정착지 건설, 콜럼버스의 아메리카 대륙 이주, 노예무역, 이주 노동자 등 다양하고 흥미로운 이야기를 렌즈 삼아 "인류는 다른 동물 종들과는 달리 늘 이동하고 있었다"고 말한다. 저자에 따르면 집과 영구 거주지의 개념은 인류 역사에서 상대적으로 최근에야 나타났고 인류사에서 이주의 역할은 과소평가됐다. 특히 기후변화로, 또는 부유한 나라의 인구 노화로 인류의 이주와 이민 욕구는 극적으로 증가할 수밖에 없어 이주 문제는 인류가 당면한 중요한 시험대가 될 수 있다. 저자는 "이주와 관련된 언어들은 최근에는 국가와 국경 개념, 인종과 인종차별주의와 연관된다"며 "이주는 오늘날 아주 중요한 주제로, 우리는 이에 대해 공개적으로 이야기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김소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