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친 날씨에 미친 물가, 오늘이 제일 쌀 것 같아 장 봤다"

입력
2023.07.27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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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해에 경제도 잠기다]
폭우가 자극한 밥상 물가
올해 내내 이어진 이상기후에 
물가 불안 커지자 정부 "100억 투입"

“두 눈을 의심했어요. 반찬거리용 식자재를 샀을 뿐인데 10만 원이라니...”

최근 장을 본 주부 이세영(41)씨는 “미친 날씨와 미친 물가를 실감했다”고 했다. 상추, 깻잎, 양파, 오이, 계란, 닭, 돼지고기 등 15개 남짓한 반찬거리용 식자재를 카트에 담으니 가격이 10만 원에 달했기 때문이다. 그는 “오이 5개가 7,000원이어서 몇 번을 들었다 놨다 고민했다”며 “장마 끝나고 폭염이 오면 가격이 또 오를 테니까 오늘이 제일 쌀 것 같아서 어쩔 수 없이 샀다”고 말했다.

26일 기상청이 장마 종료를 선언했지만 식탁 물가 불안은 이제 시작 단계다. 보통 집중호우가 지나간 2주 뒤부터 그 여파가 소매가격에 반영되는 점을 고려하면, 당분간 밥상 물가 오름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올해 들어 유독 농산물 가격이 요동치는 건 3월 이른 더위→4월 쌀쌀한 날씨→5월 잦은 비→6월 폭염→7월 이른 폭우로 작황이 어려워진 탓이다. 대표적인 게 4월 말부터 자주 내린 비 때문에 가격이 치솟은 감자다. 수확한 감자는 저장하기 전 건조할 시간이 필요한데 비가 계속 내린 탓에 건조작업을 중단할 수밖에 없게 되자, 출하량이 줄면서 값이 크게 올랐다. 실제 5월 감자 도매가격(20kg·6만6,554원)은 10년 만에 최고가를 기록했다.

다른 작물도 마찬가지다. 서울 동대문구에서 삼겹살집을 하는 이귀임(55)씨는 “한 달 전 3만~4만 원이던 상추 4㎏을 8만2,000원에 주고 샀는데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상태가 영 안 좋다”며 “밑반찬에 쓰는 감자와 양파, 오이 가격이 너무 올라 반찬을 줄일까 생각 중”이라고 말했다.

농산물 가격을 밀어 올리는 기상 재해는 장마가 끝났다고 안심할 수 없다. 올해는 평년보다 비가 많이 올 확률이 높고, 엘니뇨가 4년 만에 예고되는 등 예상치 못한 이상기후가 이어질 공산이 높아서다. 엘니뇨는 동태평양의 3개월 평균 해수면 온도가 평년보다 0.5도 이상 높은 상태가 5개월 이상 지속되는 현상으로, 높아진 해수온도는 태풍이 강하게 발달하는 원인이 된다.

물가 불안 우려가 커지자 정부는 이날 물가 현안 간담회를 열고 추가 대책을 내놨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집중호우, 태풍 등 여름철 기상 여건 불확실성이 여전한 만큼 농축수산물 수급 관리와 물가 안정에 신경 쓸 것”이라며 “8월까지 최대 100억 원을 투입해 농축산물 할인행사를 확대하겠다”고 말했다. 앞서 정부는 폭우 여파가 큰 양파와 상추, 시금치, 닭고기 등에 대해 최대 30% 할인행사를 하겠다고 발표했다.

세종= 조소진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