콜센터 노동자들이 최저임금에 준하는 저임금에, 쉴 시간은 보장받지 못하고, 1년 단위 계약을 반복하며 고용 불안정에 시달린다는 실태조사 결과가 나왔다. 법정 휴게시간인 점심시간 1시간도 제대로 못 쉬는 경우가 40%에 달했다.
민주노총은 26일 기자회견을 열고 '2023년 콜센터 노동자 건강권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1,280명의 콜센터 노동자 설문조사 결과 정규직이 55%, 계약직이 45%였다. 계약직 넷 중 셋(74.4%)은 1년 단위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평균 임금은 세후 220만 원으로, 지난해 비혼 단신 근로자 생계비인 241만 원에 못 미치는 수준이었다.
김현주 공공운수노조 대전지역일반지부 수석부지부장은 "하나은행은 1년도 아니라 6개월 단위 계약을 하고 국민은행은 실적 미달 시 계약 해지 사유가 된다"며 "콜센터 노동자들이 실적 압박을 느끼는 것은 성과급제에 따른 월급 문제도 있지만 고용 불안정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설문조사 결과 응답자의 93%가 여성이었다. 특히 40대 여성이 60% 정도 됐는데, 평균 근속 연수가 5년 안팎인 점을 볼 때 경력단절 여성이 콜센터 노동자로 많이 취업하는 것으로 분석된다.
콜센터 노동자들은 방광염, 성대결절, 정신질환, 근골격계 질환(허리 통증) 등에 시달리는 것으로 조사됐다. 고객의 전화를 놓치지 않고 받아야 하다 보니, 마음 놓고 화장실에 갈 수 없고, 온종일 말해야 하며, 갑질하는 고객들의 폭언·모욕 등으로 정신적 스트레스도 상당한 탓이다. 허리 통증, 만성피로를 겪는 경우가 셋 중 두 명꼴이었고, 우울 등 정신적 질환을 겪은 비율도 31%에 달해 일반 노동자 평균(우울 2.4%·불안 3.1%)의 10배 수준이었다.
그러나 응답자 40%는 지난해 아파도 병가나 연차를 내지 못했던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노동자 평균(17%)의 2배를 뛰어넘는 수치다. 아파도 못 쉰 이유로는 '관리자에게 밉보일까봐'(26.7%), '소득이 줄어들까봐'(25.2%), '동료가 힘들어지니까'(24.1%), '회사가 못 쓰게 해서'(13.1%) 등의 이유가 꼽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