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성한 "미 대선까지 NCG 골든타임… 한미 확장억제 작전계획화해야"

입력
2023.07.26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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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현학술원 주최 안보세미나 기조연설
"북핵 위협 임박 시 협의절차 등 합의 필요"

김성한 전 국가안보실장이 26일 한미 확장억제 협의체인 핵협의그룹(NCG)의 '골든타임'이 1년 남았다고 밝혔다. 내년 11월 미국 대선 전까지 한미 확장억제를 작전계획화함으로써 북핵 위협에 핵을 포함한 모든 가용 수단을 동원해 실질적으로 대응할 수 있도록 실무협의에 나설 것을 강조했다.

김 전 실장은 이날 서울 워커힐호텔에서 최종현학술원이 주최한 '워싱턴선언과 한미동맹의 미래' 콘퍼런스에 참석해 "(1년 내에) 핵무기 사용을 위한 군사력, 독트린, 계획, 규칙이 제대로 정립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 전 실장은 차기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의 외교안보 정책이 동맹 중시 기조를 유지하거나 또는 신고립주의로 뒤바뀔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 대선 결과에 따라 미국이 '핵운용 신비주의'로 회귀한다면,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 결과 어렵게 마련된 NCG가 제대로 운영되지 않을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미 선거 기간 내에 한미 확장억제를 작전계획화하고, 핵운용 체계를 우리가 제대로 숙지할 수 있게 실무협의에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한미 NCG는 지난 4월 한미 정상회담에서 발표한 '워싱턴 선언'에 따라 신설한 기구로, 한반도 유사시 미군의 핵운용을 논의하는 협의체다. 한미 간 확장억제협의체는 기존에도 있었지만, NCG는 미국의 핵운용 관련 정보를 구체적으로 공유한다는 점에서 질적으로 다르다. 한미는 지난 18일 김태효 국가안보실 1차장과 커트 캠벨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인도·태평양 조정관을 단장으로 서울에서 출범회의를 개최했다.

김 전 실장은 NCG를 통해 △양국이 긴밀히 공유할 정보 공유 목록 작성 △공동기획 지침 성안 △도상훈련·시뮬레이션 시행 방안 △북핵 위협·사용 임박 시 양국 정상 간 협의절차 △전략 자산을 포함한 핵전력 전개 및 배치 방안 등을 합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내년 창설될 전략사령부의 역할도 강조했다. 한국은 비핵국가이기 때문에 전시 핵기획, 작전 등에 대한 세부 사항을 미국으로부터 배워야 하는데, 이에 대한 구체적 이행을 전략사령부가 할 수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김 전 실장은 "전략사령부의 임무 설정과정에서 확장억제 공동운용에 어떻게 기여할지 깊이 고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NCG가 일본을 포함할 가능성에 대해선 선을 그었다. 김 전 실장은 "일본이 NCG 출범 준비과정에선 관심을 보였지만, 실제 형태와 비전이 갖춰진 뒤에는 관심 수준을 낮췄다"고 했다. 다만 "한미일 3국이 어떤 형태로든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대원칙에는 반대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이날 회의에서 전문가들은 북한의 핵·미사일 고도화에 맞서 한미가 정보수집부터 전략조율까지 긴밀한 소통을 지속할 필요성을 강조했다. 함형필 외교부 국방협력관은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핵탄두의 숫자를 늘려나갈 것이라며 "핵무기 지휘통제권을 어떻게 발전시켜 나가는지 주시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김 위원장이 독단적 핵무기 통제권을 선호하지만, 핵 역량을 갖춰가면서 위기 시 통제권을 사전 위임하는 방안 등을 검토할 수 있다고 봤다.

설인효 국방대 교수는 '나토식 핵공유' 또는 '전술핵 재배치' 주장에 대해 "전술적으로나 작전적으로 상당히 취약한 방법"이라고 지적했다. 다만 "장차 오커스(AUKUS)와 같이 한국이 원자력잠수함을 보유하고, 확대된 형태의 미국의 전술핵탄두가 순항미사일 형태로 탑재된 그런 '아시아판 핵공유'로 잠재적으로 가져나가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제시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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