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은경 더불어민주당 혁신위원회가 제안한 국회의원 체포동의안 ‘기명 투표’를 둘러싼 당내 갈등이 커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조기에 전환하자고 언급한 것이 불씨를 키웠다. 당장 비이재명계에선 "수박(비명계를 이르는 말)을 색출하자는 것 아니냐"는 반발이 나오고 있다.
이원욱 의원은 25일 페이스북에 "혁신위가 엉뚱하게 ‘불체포특권 기명투표’라는 혁신과는 관련 없는 제안을 하자, 기다렸다는 듯 이 대표 역시 화답했다"며 "한마디로 이 대표 불체포특권이 들어올 때 누가 찬성했고 반대했는지 알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혁신위를 겨냥해선 "우려했던 대로 '(이 대표) 성역 지키기 위원회'로 가고 있다"고 지적했다.
김은경 혁신위원회는 지난 21일 국회의원에 대한 체포동의안 표결을 기명으로 바꾸자고 제안한 바 있다. 이에 이 대표가 24일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체포동의안 표결을) 조기에 기명투표로 전환하는 게 필요하다"며 "책임정치라는 측면에서 투표 결과에 책임을 지는 게 필요하다"고 수용 입장을 밝힌 것에 대해 문제 제기한 것이다. 당 안팎에선 이를 두고 검찰이 조만간 쌍방울 대북송금 의혹 등과 관련해 이 대표에 대한 체포동의안 제출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기명투표로 사실상 표 단속에 나섰다는 지적이 쏟아졌다.
친이재명계에선 이 대표가 혁신위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원론적 발언을 한 것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 그러나 이 대표가 표결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큰 상황에서 '기명투표 조기 전환'을 언급한 것은 오해 소지가 다분하다. 지난 2월 이 대표 체포동의안 표결에서 민주당에서 30표 이상의 이탈표가 발생하자, '개딸'로 불리는 이 대표 강성 지지자들이 찬성이나 기권, 무효 표를 던진 것으로 추정되는 의원들의 명단을 작성해 '좌표찍기' 논란이 벌어진 바 있다.
조응천 의원은 이날 YTN 라디오에서 "지난 6월 이재명 대표가 교섭단체 대표 연설 때 '불체포 특권을 포기하겠다'고 밝혔는데 또 이걸 기명투표로 하자는 건 당내 특수한 상황을 고려한다면 앞뒤가 안 맞는 것"이라며 "기명 투표를 하면 누가 찬성하고 반대했는지 다 나오는데, 동의한 사람에게는 ‘수박’이라며 집중 공격하고 낙천운동이 벌어지지 않겠나"라고 반문했다.
김은경 혁신위가 대의원제와 공천 룰을 손질하려는 입장을 보이고 불체포특권 기명 투표까지 거론하자, 사실상 '이재명 지키기'를 위한 혁신위로 전락하는 게 아니냐는 당내 의구심도 커지고 있다. 외부 시각으로 민주당의 혁신 과제를 찾기보다 김 위원장이 당원들과의 만남을 위해 전국을 순회하거나, 서복경 혁신위원이 라디오 인터뷰에서 '이재명 지키기 혁신위'라는 평가가 있다는 질문에 "이재명 대표가 사퇴해야 문제가 해결된다고 보는 분 입장에서는 그렇게 보일 수도 있다"고 답한 사실이 논란을 키우고 있다. 한 비명계 재선 의원은 "혁신위는 이 대표가 수용하기 힘든 제안을 할 수 있어야 한다"며 "자칫 이 대표에게 향하는 화살을 대신 맞아주는 혁신위가 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국민의힘에서도 이 같은 기명 투표 제안을 이 대표의 거취와 연결 지어 공세를 펴고 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원내대책회의에서 "그럴싸한 명분을 내걸었지만 왜 지금 시점인가를 생각해 보면 답은 하나뿐"이라며 "당대표에 대한 영장이 다시 청구될 것이 두려워 이탈표가 나오지 않도록 감시 장치를 만들겠다는 것"이라고 비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