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전분기 대비)이 0.6%로 집계됐다. 1분기(0.3%)에 이어 마이너스 성장을 피한 건 다행이다. 그러나 내용은 불안하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꺾인 수출을 대신해 버팀목 역할을 해 왔던 민간소비가 마이너스로 돌아선 게 무엇보다 심상찮다. 정부소비도 줄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도 뒷걸음쳤다. 이처럼 소비와 투자가 하락했는데도 GDP가 증가한 건 그나마 순수출(수출-수입) 덕분이다. 그러나 이 또한 수출이 증가한 게 아니라 수출은 줄었는데(-1.8%) 수입이 더 큰 폭으로 감소(-4.2%)했기 때문이다. 일종의 착시이고, 불황형 성장인 셈이다.
정부는 우리 경제가 상반기엔 저조하겠지만 하반기엔 회복할 것(상저하고)으로 전망했다. 그러나 수출이 9개월 연속 감소세인 데다 소비마저 빨간불이 켜지면서 장담하기 힘든 상황이다. 더구나 호우로 상추 가격이 4배로 뛰는 등 밥상 물가가 요동치고, 곡물가와 유가도 오름세다. 국제통화기금도 한국 성장률 전망을 1.4%로 4월 대비 0.1%포인트 하향 조정했다.
수출을 늘리는 게 최선이나 이는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범위 밖에 있다. 중국의 리오프닝 효과나 글로벌 정보기술(IT) 경기의 급반등도 기대하기 힘들다. 결국 민간 소비를 유도하고 기업의 활력을 북돋는 수밖에 없다. 최근 3년간 가계의 초과저축 규모가 100조 원도 넘는다는 건 시사점이 크다. 이를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끄는 게 중요하다. 다만 이런 진작책이 물가에 기름을 붓거나 가계 빚을 더 늘리고 부동산 시장을 자극하는 결과로 이어져선 곤란하다. 위기에 대응하면서도 부작용은 줄인 소비 진작책과 민간 활력 제고 방안의 정교한 운용이 정부의 숙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