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정부가 부동산 규제 완화를 시사했다. 부동산 시장 침체는 중국 경기 활성화를 가로막는 요인으로 지목됐다. "부동산은 투기 대상이 아니다"라는 말에 압축된 고강도 부동산 시장 규제가 시진핑 국가 주석의 철학이었으나 기조 변화를 예고한 것이다.
25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 등에 따르면 중국공산당은 전날 시 주석이 이끄는 최고 의사결정 기구인 중앙정치국 회의를 열고 올해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을 조율했다.
가장 눈에 띄는 부분은 부동산 정책에 대한 태도 변화다. 지난 4월 정치국회의에서 당 지도부는 "주택은 투기가 아닌 거주가 목적이라는 전제하에 부동산 시장의 건전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이 표현은 시 주석 집권 1기였던 2016년 처음 등장한 이후 7년간 정치국회의 때마다 거의 빠지지 않고 언급됐으나 이번 회의에선 삭제됐다.
대신 "부동산 수요, 공급의 중대한 변화에 적응해 부동산 시장의 안정적이고 건강한 발전을 촉진해야 한다"는 언급이 들어갔다. '부동산 투자 소득=불로소득'이라는 과거 기조에서 벗어나 시장경제 원리를 수용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됐다.
시 주석은 2020년 부동산 투기 심리를 잡겠다며 주택담보대출을 강하게 규제했고, 이는 헝다그룹의 디폴트(채무 불이행) 등 대형 부동산 개발 업체의 도산으로 이어졌다. 중국 국내총생산(GDP)에서 부동산이 차지하는 비율은 20~30%로 추정된다. 루팅 노무라증권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에 중국 정부가 이번 회의에서 부동산 정책 문제를 확인했다고 짚으면서 "이는 매우 중요한 변화"라고 지적했다.
정부의 기조 변화에 중국 증시가 반짝 급등했다. 25일 오후 기준 홍콩 항셍지수는 3.32%, 중국의 상하이종합지수는 1.90% 올랐다.
반면 대규모 경기 부양책에 대한 시장의 기대에는 여전히 미치지 못한다는 회의론도 있다. 줄리언 프리처드 캐피털이코노믹스 선임 이코노미스트는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에 "경기 부양책을 비롯한 세부 대책은 발표되지 않아 많은 투자자들은 일단 관망세를 유지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단의 경기부양책이 필요한 상황에서 '부동산 경기 부양' 의지를 내비치는 수준으로는 경기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뜻이다.
중앙정치국은 청년 취업난에 대한 적극적 대응도 요구했다. 중국 청년실업률은 지난 3월 19.6%를 나타낸 이후 매월 상승하고 있다. 지난달엔 21.3%로 사상 최악을 기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