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로 작은 스타트업을 창업한 지 어느새 3년이 되었다. 분명 참 많은 일들이 있었는데, 지난 시간의 어려움은 크게 기억나지 않고, 해야 할 것과 하고 싶은 것들로 할 일 목록이 가득 차 있으니 감사할 일이다. 회사를 운영하면서 겪었던 크고 작은 슬픔과 기쁨, 모두가 나를 성장시켜 주었다. "이렇게 힘들 줄 알았으면 시작했을까"라고 친구가 물었을 때, 크게 주저함 없이 "응, 그래도 했을 것 같아"라고 말할 수 있었던 것도 그 때문이다.
그럼에도 가끔은 도망가고 싶을 때가 있다. 이 문제 때문이다.
"섀도우캐비닛은 국가를 운영할 실력을 갖춘 리더를 키우는 곳입니다. 정부 운영은 기업 경영과 다릅니다. 연구하고 논문을 쓰는 것과도, 글 쓰고 주장하는 것과도 다릅니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설정하고 정책 간의 연계성을 확보하여 한정된 국가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일입니다. 시민들과 국회·행정부, 기업과 단체 등 국가를 구성하는 여러 주체들에 국정운영 계획을 명확하게 제시하여, 국가를 합리적·효율적· 통합적으로 이끌어가는 일입니다. 정교하고 종합적인 문제해결 능력과 팀워크가 필요합니다. 체계적인 훈련과 공부 없이는 불가능합니다."
섀도우캐비닛 소개문에 담겨 있는 글이다. 이 문제를 풀고 싶어 섀도우캐비닛을 만들었다. 시간이 얼마나 걸릴지, 얼마나 노력해야 하는지 견적을 매기지 않았다. 풀지 않으면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아 그냥 붙잡고 늘어졌다.
정확한 해법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 또한 없으니, 그저 우리 마음속에 질문과 그 질문이 가르치는 방향을 따라 더듬더듬 갈 수밖에 없었다. 산소가 부족한 고지대에서 100미터 달리기를 하는 것 같아 내려가고 싶을 때가 많았다. 이 산을 오름으로 얻는 기쁨과는 별개의 것이다.
우리 사회를 지금보다 더 낫게 만드는 데 기여하고 있는지, 눈 맑고 실력 있는 리더들을 찾아 그들의 국정운영 능력을 향상하기 위한 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 우리 사회에 필요한 의제들이 자유롭고 치열하게 논의되는 건강한 공론장을 만들어 내고 있는지라는 질문의 답 근처에도 와 있지 못하다는 생각에 막막할 때가 많다. 이 암담함에 눌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마음이 얼게 되는 것은 어쩔 수 없다.
문제는 이런 순간들이 꽤 자주 찾아온다는 점이다. 특히 감당할 수 없는 고통 속에 자신이 지켜내고 싶었던 소명의 공간에서 스스로 생을 마감한 한 선생님의 죽음과 같은 비극을 만날 때 암담함은 더 커진다. 평범한 사람들의 성실한 삶이 왜 이리 계속 무너져야 하는지, 이 죽음이 던지는 질문에 책임 있는 답변을 제시해야 할 리더들은 왜 그리 무책임하고 비겁한지, 섀도우캐비닛이 풀고자 하는 문제는 애초에 풀 수 없는 성격의 것인지.
골방에 들어가 '최선을 다했으니 이제 이 질문에서 자유로워져도 되지 않겠냐'고 나에게 물었다. 한참을 씨름하니 또 다른 내가 이야기한다. '고생 많았어. 그래도 좋은 정치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뭐라도 할 수 있어 좋지 않니?'라고 말이다. 마음의 근육이 좀 생긴 걸까. 골방에 들어갔다 나오는 시간이 그나마 조금씩 짧아지는 것이 3년 차가 준 선물이라면 선물이다. 나와 비슷한 질문으로 자신의 골방 속에서 씨름하고 있을 모든 이들에게 가만한 위로와 연대의 마음을 보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