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er'만 남은 썰렁한 트위터 간판..."아듀, 파랑새" 아쉬움 짙은 샌프란시스코

입력
2023.07.25 16:00
머스크 "트위터→X 전환" 선언 하루 만
미국 트위터 본사 간판 철거 작업 돌입
몰려든 시민들 "상징이었는데...아쉽다"


24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시 중심부의 트위터 본사 앞. 대여섯 명의 사람들이 가던 길을 멈추고 스마트폰 카메라로 위쪽을 비추고 있었다. 이들이 사진으로 담으려는 건 10년 넘게 이 건물 바깥 벽에 붙어있던 트위터 간판이었다. 원래 트위터 계정을 뜻하는 '@twitter'가 선명하게 박혀 있던 자리지만 파랑새 로고와 함께 'er'만 휑하게 남았다.

전날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트위터 브랜드를 '엑스'(X)로 바꿀 것이라고 선언하자마자 월요일인 이날 '트위터 지우기'에 나섰다. 미처 떼다 만 간판도 그중 하나인데 당국의 승인을 받지 않은 채 글자 철거를 시작했다가 샌프란시스코 경찰들로부터 제재를 받고 작업을 멈췄다. 그러나 남은 글자들 역시 며칠 안으로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

트위터가 없어질 것이란 뉴스를 보고 이날 퇴근길에 부러 들렀다는 앤드루 브래너(39)는 "6년 전 (샌프란시스코로) 이사 왔을 때부터 거의 매일 보던 간판인데 없어진다니 이상하다"며 "트위터를 많이 쓰지 않았는데도 아쉽다"고 했다. 이 일대 사람들의 마음은 더 복잡한 듯했다. 이 건물 1층 식료품점의 한 직원은 "머스크에게 인수된 뒤 (트위터의) 직원들도 떠나고 돈도 떠나고(매출이 줄었다는 뜻) 이제는 건물의 상징도 떠나려 한다"며 "도대체 누구를 위한 일인지 모르겠다"고 했다.

트위터는 이미 본사 내부 식당에 새 로고 'X'를 새기고 회의실들 이름도 'eXposure'(노출이란 뜻)처럼 X가 들어가는 단어로 바꿨다고 한다. 트위터 플랫폼의 이름과 로고도 X로 옷을 갈아입었다. 2006년 탄생한 '트위터'와 그 상징인 파랑새가 영원히 역사 속에 남게 된 것이다. 워싱턴포스트(WP)는 "트위터가 파랑새를 검은색과 흰색으로 디자인된 X로 교체하면서 트위터의 리브랜딩(브랜드 이미지를 쇄신하는 것)을 시작했다"고 했다.



SNS의 대명사 트위터, 17년 만 'X'로 리브랜딩


현재로서 트위터의 리브랜딩은 이름과 상징 교체만 이뤄졌기 때문에 기능상 달라진 건 없다. 하지만 X를 '인공지능(AI)으로 구동되는 슈퍼 앱(애플리케이션)'으로 만들겠다는 머스크의 공언대로 머지않아 기능 역시 눈에 띄게 바뀔 전망이다. 머스크가 그리는 슈퍼 앱은 중국의 위챗처럼 '사람이 온라인에서 하고 싶어하는 모든 것을 포함하는 앱'이다.

머스크는 트위터를 인수한 뒤 직원 절반 이상을 해고하고 사용자 인증 마크(블루마크)를 유료화 하는 등 기존 정책을 크게 흔들었다. 그러나 플랫폼 리브랜딩은 그와는 차원이 다른 일이란 평가가 나온다. 트위터의 사회적 의미 때문이다.

트위터는 10년 넘게 전 세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의 대명사로 인식돼 왔다. 페이스북과 함께 실시간·양방향·개방성을 특징으로 하는 SNS 시대를 열었다. 짧은 SNS 글을 뜻하는 '트윗'이나 남이 쓴 게시물을 공유한다는 뜻의 '리트윗하다'가 일상 표현으로 자리 잡기도 했다. NYT가 "(머스크의 트위터 폐기는) 2006년부터 정치인, 운동선수, 유명인사, 다른 일반 사용자들을 웃기고 울린 브랜드를 버린 것"이라고 평가한 이유다.



"브랜드 가치 25조 원 날아갈 것" 부정적 전망도


전문가 사이에선 부정적 평가가 다수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랜드 전문가들의 말을 인용해 머스크의 브랜드 교체 결정으로 트위터는 최대 200억 달러(약 25조6,000억 원)가량의 브랜드 가치가 날아갈 것이라 전했다. 일방적이고 갑작스러운 리브랜딩 추진에 대한 이용자들의 반감도 상당하다. 이날 현재 트위터에선 파랑새 로고 폐기에 아쉬움을 표하는 해시태그(#byebyebirdie)가 퍼지고 있다.

다만 아직 리브랜딩의 성패를 말하기는 이르다는 게 대체적 시각이다. 역사상 리브랜딩이 성공한 사례도, 실패로 끝난 사례도 있기 때문이다. 2000년 벨 애틀란틱과 GTE가 합병해 탄생한 미국 통신사 버라이즌은 초창기 이용자들에게 강한 비판을 받았지만 지금도 성공적으로 브랜드를 유지하고 있다.

샌프란시스코= 이서희 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