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지화는 충격 요법”... 국토부, 양평고속도로 재추진 시사

입력
2023.07.24 1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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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희룡 장관 '백지화' 선언 18일 만
원 장관 "나도 정상 추진 바라는 입장"
'백지화 성급' 지적엔 "들으려 하지 않아"

국토교통부가 서울-양평 고속도로 사업 재추진 가능성을 시사했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의 '사업 백지화' 선언 18일 만이다. 2008년부터 필요성이 제기된 국책 사업이 장관 말 한마디에 전면 중단된 데 대한 논란이 커지자 부담을 느낀 것으로 보인다. 야당의 '김건희 여사 일가 특혜 의혹' 제기로 촉발된 여러 의혹은 말끔히 해소되지 않았다.

국토부 관계자는 24일 정부세종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양평고속도로) 백지화는 어떻게 보면 충격 요법”이라면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현안 질의가 열리는) 26일 장관이 백지화 발언에 대한 입장과 사업 재개를 위한 노력 등을 공식적으로 말할 것 같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전날 서울-양평 고속도로 관련 문서 55건을 온라인에 공개하면서 “하루속히 정쟁의 대상에서 벗어나 정상화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사실상 ‘백지화(사업 취소)’가 아니라 사업 정상화가 목표라고 인정한 셈이다.

실제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 이후 국토부는 사업 중단을 추진하는 대신 예비타당성 조사를 거친 노선(예타안)보다 타당성 조사 과정에서 수립된 노선(대안)이 여러 측면에서 뛰어나다고 지속적으로 해명해 왔다. 대안의 종점이 김건희 여사 일가가 소유한 땅과 가까운 것은 우연이라는 것이다.

원 장관도 직접 유튜브 영상에 출연, 의혹 해명에 적극 나섰다. 원 장관은 24분 길이의 영상에서 "저야말로 사업이 하루 속히 정쟁과 괴담에서 벗어나 정상 추진되기를 바라는 입장"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근거 없는 의혹과 가짜 뉴스가 전파되며 사회적 갈등이 커지고 있어 부득이하게 백지화를 결정했다"고 강변했다. 또 고속도로의 모든 교차로 주변 등에 토지를 전수조사해 정치인 소유 땅을 공개하자는 주장에는 "대환영이며 모든 정치인이 동의한다면 전수조사하겠다"고 말했다.

국토부와 원 장관의 거듭된 해명에도 아직 풀리지 않은 의혹들이 있다. 타당성 조사 용역을 맡은 설계사가 용역을 수주한 지 불과 두 달 만에 대안을 수립하고 착수보고회에서 국토부에 제안하는 것이 물리적으로 가능하냐는 게 대표적이다. 국토부는 "설계사가 노선 방향을 개략적으로 제시했고 다른 고속도로 사업들 역시 착수보고에서 대안 제시가 일반적으로 이뤄졌다"는 입장이지만 이날도 이를 뒷받침할 근거를 내놓지는 못했다. 다만 이용욱 국토부 도로국장은 "너무 오래된 사업의 착수보고 자료는 못 찾고 있지만 현재 확보한 3개 정도는 필요하면 공개하겠다"고 부연했다.

일각에서는 원 장관의 백지화 선언이 성급했다고 지적한다. 주무 부처 장관이라면 의혹을 해명하고 사업을 추진했어야 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수도권 대학의 도시계획 관련 교수는 "주민을 포함해 여러 관계자가 오랫동안 관여해 만든 정책을 장관이 백지화한 것은 성급했다"면서 "취소하더라도 법적 절차나 민주적 절차를 거쳤어야 했다"고 꼬집었다. 이 지적과 비슷하게 '국가백년지계 국책 사업을, 그것도 본인을 임명한 대통령 공약 사업을 일개 임명직 장관이 백지화한 사유는 뭔가'라는 질문이 유튜브 영상에 올랐는데, 원 장관은 "그간 여러 차례 설명했음에도 전혀 들으려 하지 않고 납득해야 하는 사항도 납득 안 하려고 작정한 것 같다"고 답했다.

김민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