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외무공무원으로 전환하기로 결재까지 끝낸 개방직 직원에게 최근 일방적으로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해당 직원은 3년 연속 인사고과 최고 등급인 'S' 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임기 만료"를 이유로 들지만, 외교부 내에서도 납득하기 힘든 결정이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점차 커지고 있다.
24일 외교부 등에 따르면, 개방형 인사로 2019년 8월 채용된 정책홍보담당관 A씨는 지난 10일 계약 연장 불가 통보를 받았다. 정책홍보담당관은 사회관계망(SNS) 등 뉴미디어를 활용해 외교정책을 홍보하는 자리로, 민간인을 채용하는 개방형 직위 중 한 자리다.
문제는 A씨가 외교부 정규직격인 '일반직 외무공무원' 전환을 이미 약속받았다는 점이다. A씨가 업무를 맡은 이후 외교부가 운영하는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구독자수가 1만9,000명에서 9만3,548명으로 4배 가까이 증가했고, 숏폼(Short Form·짧은 길이의 영상) 콘텐츠의 일종인 '휙터뷰'가 흥행에 성공하는 등 업무 성과를 인정받은 것이다. 실제 A씨는 2020~22년 인사평가에서 3년 내내 외교부 최고 인사등급인 'S등급'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한 구두 약속도 아니었다. 인사위원회를 통해 외무공무원으로의 전환이 결정됐고, 장관과 차관의 내부 결재까지 마무리된 것으로 전해졌다. 이 사실은 인사혁신처에도 구두통보가 이뤄진 것으로 파악됐다.
그러나 정권이 바뀌고 박진 장관이 새롭게 오면서 상황은 달라지기 시작했다. 외교부는 지난해 '서류 검토 절차가 늦어지고 있다'며 1년 계약 연장을 우선 제안했다. 지난 5월에는 다시 1년 계약 연장을 구두로 약속했고, 계약 종료가 한 달 앞으로 다가오자 돌연 계약 연장 불가를 통보했다. 외교부 관계자는 "개방형 인사의 임기는 3년인데, 1년 연장 계약을 했고 이제 그 기간이 만료된 것"이라고 설명했다.
외교부 내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쏟아지고 있다. 당장 지난해 대변인실 내부평가에서 A+등급을 받았고, 내부 실적자에게 수여하는 '해오 외교관상' 후보에도 올랐던 직원을 임기 만료 때문에 내쳐야 하는 이유를 납득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박진 외교장관 출장 때도 매번 동행해 홍보자료를 제작했다"며 장관에게 직접적으로 서운함을 토로하는 직원들도 있다.
익명을 요구한 전직 외교부 직원은 "쉴틈없이 혹사시켜놓고 이렇게 내팽개치는데 누가 와서 일을 하고 싶겠나"고 토로했다. 또 다른 직원은 "개방형 직위에 올랐던 외부 인사들 중 A씨보다 인사고과 등급이 낮았는데도 승진조치가 이뤄졌던 전례가 있다"고 꼬집었다.
이날 외교부 직원만 접속할 수 있는 익명커뮤니티 '블라인드'의 외교부 페이지에는 "이러니 무슨 발전이 있겠나""외교부가 망하는 지름길로 가고 있다"며 공분하는 댓글이 160여개 등록됐다. 이 가운데 일부 댓글이 삭제되면서 반발은 더 커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