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낮에 서울 신림동에서 벌어진 묻지마 칼부림 사건이 동성의 또래들만 대상으로 했다는 점 등에서 정유정 사건과 매우 유사하다는 전문가 지적이 나왔다.
승재현 형사법무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24일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나와 지난 21일 서울 신림동에서 발생한 칼부림 사건에 대해 "(정유정 사건과) 소스라치게 거의 데칼코마니 같았다"고 말했다. 신림동 칼부림 사건은 조모(33)씨가 지난 21일 오후 2시7분쯤 신림동 상가 골목에서 지나가던 20, 30대 행인 4명에게 약 10분간 흉기를 휘둘러 20대 남성 한 명이 숨지고 30대 남성 3명이 다친 사건이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이 사건이 지난 5월 부산에서 정유정(23)씨가 과외 앱을 통해 접근한 20대 여성을 살해한 후 시신을 훼손한 사건과 4가지 측면에서 똑같다고 밝혔다. 먼저 자신과 같은 연령대, 같은 성별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는 점이다. 승 연구위원은 "공격을 하다가 자기 범죄가 저지당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작정하고 남성들을 공격했다"며 "마지막 순간에도 그 살인의 고의를 놓치지 않는 모습들이 범행 현장에서 보였기 때문에 30대, 20대 남성에 대한 상상할 수 없는 개인적인 분노가 분명히 있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이어 "(조씨가) '남들을 불행하게 만들기 위해서 나는 이런 행동을 했다'라고 하는데 이건 구조적인 문제에 대한 분노가 아닌 개인적인 분노"라며 "자기가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한 열등, 분노, 시기, 질투가 만들어 놓은 범죄"라고 말했다. 그는 20대 여성 명문대생이 피해자였던 정유정 사건 역시 "또래에 대한 개인적인 분노가 쌓여있었던 것"이라고 진단했다.
두번째 닮은 점으로는 '과잉 살상'을 꼽았다. 그는 "(정유정은) 100여번 이상 자상을 입히고 피해자의 신체 일부가 손상이 됐다"며 "(신림동 사건도) 자창이 13번 이상이 있었고 사망에 이르게 만들 수 있는 부위에 마지막 공격을 했다"고 지적했다.
세번째로는 태연한 모습도 똑같다고 봤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정유정도 (살인 후 시신을 담을) 캐리어 들고 탁탁탁탁 하는 모습이 소스라치게 소름 끼치는 모습인데 이번도 똑같다"며 "(조씨는) 온몸에 피가 있고 경찰이 왔을 때 잡힐 수 있는데도 그냥 그 자리에 딱 앉아서 '내가 이런 행동했다'라고 순순히 잡혔고, 또 취재진들에게 이야기할 때도 너무나 또박또박 말했다"고 지적했다.
마지막으로는 두 사람 모두 뚜렷한 삶의 목적이 없다는 점을 꼽았다. 그는 "정유정도 목적지향적인 삶이 없었고, 조씨도 똑같은 상황이었다"며 "국가가 이런 영역에 있는 젊은 청년들에 대해서 조금 더 적극적인 관리, 아니면 정보 파악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할아버지와 함께 살았던 정씨는 무직이었고, 서울 금천구의 할머니집을 오갔던 조씨 역시 직업이 없었다.
승재현 연구위원은 조씨가 싸이코패스일 확률이 높다고 봤다. 그는 "소년원 갔다 온, 소년 송치가 14건, 전과가 3건이면 반사회성은 드러난 부분"이라며 "사망에 이르게 만들 의도가 분명하고 (피해자에 대한) 염려는 하나도 없었던 거고 '나 펜타닐 했다' '나는 쓸모없는 인간이다' '정말 잘못했다' 이런 말들은 국민들에 대한 조종이라고 보여서 사이코패스 검사를 하면 나올 수 있는 확률이 훨씬 더 높다"고 말했다. 조씨는 살인 등의 혐의로 23일 구속됐으며 26일 신상공개 여부가 결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