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금 사정 지난해보다 낫다"는 기업들...그런데 이유 봤더니

입력
2023.07.24 11:00
전경련 '매출 1000대 제조기업 재무담당자 대상 자금사정 조사'
전경련 "사정 좋아진 이유는 유보 자금 아닌 차입금 증가 때문"


올해 상반기 제조업 기업들의 자금 사정이 지난해보다 개선됐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하지만 매출, 영업이익이 늘기보다는 은행 융자 등 차입금 증가로 자금 숨통이 트여 정책 보완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는 시장조사 전문기관인 모노리서치에 의뢰해 6월 21∼30일 매출 기준 1,000대 제조기업 재무 담당자를 대상으로 올해 상반기 자금 사정 현황을 조사한 결과(응답 기업 107개사) 자금 사정이 나아졌다고 응답한 기업이 전체의 31.8%로 나타났다고 24일 밝혔다.

이는 나빠졌다는 응답(13.1%)보다 18.7%포인트 높은 것으로 전경련은 '대기업 자금 사정이 개선됐다'고 해석했다. 자금 사정이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비슷하다는 응답은 55.1%였다.

그러나 자금 사정이 개선된 원인은 영업이익 증가로 인한 유보 자금의 증가가 아닌 차입금 증가라고 전경련은 지적했다. 올해 1분기 중 1,000대 제조기업의 영업이익이 지난해 동기 대비 52.9% 급감했다는 게 그 이유다. 반면 회사채 발행, 은행 차입 등을 통한 차입금 규모는 10.2% 늘었다. 이번 조사에서도 응답 기업의 86.9%는 올해 들어 은행 등 간접 금융을 통한 자금 조달이 증가했다고 답했다.



기준금리 3%포인트 늘 때 기업 금융부담 13% 늘어


영업이익으로 이자 비용을 감당할 수 있는 '기준금리 임계치'를 묻는 말에는 응답 기업의 86%가 현재 수준인 3.5%를 꼽았다. 2021년 7월 이후 2년 동안 기준금리가 0.5%에서 3.5%로 3.0%포인트 올리면서 기업들의 금융비용 부담은 평균 13.0% 늘어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 하반기 자금 수요가 늘 것이라고 내다본 기업은 35.5%로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5.6%)을 크게 웃돌았다. 자금 수요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되는 부문은 설비투자(38.7%), 원자재·부품 매입(32.3%), 차입금 상환(11.2%), 인건비·관리비(10.5%) 등의 순으로 많았다.

기업들은 안정적 자금 관리를 위한 정책과제로 '환율 등 외환시장 변동성 최소화'(34.3%), '정책금융 지원 확대'(20.6%), '장기 자금조달 지원'(15.9%) 등을 꼽았다.

추광호 전경련 경제조사본부장은 "경기침체와 수익성 악화로 기업들의 차입금이 늘어난 가운데 고금리가 이어지면서 금융 비용이 상당히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면서 "투자 활성화 차원에서 기업 금융부담 완화를 위한 신중한 통화정책 운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윤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