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發) 괴소포가 사흘째 한국 각지로 배송되고 있는 가운데, 이번 사건이 3년 전 미국 등에서 발생한 '미스터리 씨앗 사건'과 여러모로 유사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괴소포 발신지가 중국이라는 점, 사건 초기 생화학 테러 공격 의심이 제기됐다는 점, 결국에는 '브러싱 스캠'(판매 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무작위로 소포를 보내는 온라인 상거래 수법)일 가능성이 큰 것으로 귀결됐다는 점 등이 비슷한 대목이다.
23일 중앙통신 등 대만 언론에 따르면, 대만 관세청은 지난 21일 "소포 출처를 파악해 달라는 한국 측 요청을 받고 조사한 결과, 문제의 소포들은 대만에서 최초 발송된 게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어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서 발송된 것"으로 드러났고, 대만은 경유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앞서 한국에선 울산의 한 장애인복지시설 관계자 3명이 지난 20일 대만발 국제우편물을 연 뒤 어지럼증을 호소해 병원으로 이송됐다. 이후 전국 각지에서 대만발 소포를 받았다는 신고가 1,000여 건 접수되며 한때 생화학 테러 공포감이 조성되기도 했다.
정확한 실체는 아직 규명되지 않았지만, 되짚어 볼 만한 과거 유사 사례가 없지는 않다. 2020년 7월 미국의 켄터키·버지니아·텍사스 등 최소 9개주, 캐나다·영국의 일부 지역에 중국 광둥성 쑤저우시에서 보낸 정체불명 소포가 배달된 사건이다.
당시 소포 겉면의 상품 항목에는 "귀고리 등 장신구가 들어 있다"고 적혀 있었다. 그러나 실제 내용물은 양배추, 겨자, 민트, 라벤더 등 식물 종자 샘플이었다. '미스터리 씨앗 사건'으로 명명됐던 이유다. 미 당국은 해당 식물이 질병을 발생시키거나 가축에 해로운 영향을 끼칠 수 있다면서 '심지 말라'고 권고했다. "생화학 테러 시도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됐다.
하지만 미국 농무부는 조사를 거쳐 "브러싱 스캠 이외의 목적을 가진 행위로 볼 증거가 없다"고 발표했다. 이번 사건을 조사 중인 한국 경찰도 '브러싱 스캠' 소포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대전 지역에 배송된 일부 소포의 발신 주소지는 3년 전 미국 등에 보내진 우편물과 동일한 것으로 전해졌다.
대만은 이 사건을 철저히 조사할 계획이다. 대만 부총리 격인 정원찬 행정원 부원장은 22일 "전담팀을 조직한 만큼 끝까지 추적할 것"이라며 "사건 진상을 명확하게 파헤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사건은 고도의 경각심을 갖고 처리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다만 중국이 괴소포 관련 책임을 인정할지는 미지수다. 3년 전 미스터리 씨앗 사건 때에도 중국 외교부는 "우정국을 통해 확인한 결과 (중국 주소가 적힌) 소포 봉투의 정보는 위조된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중국발 우편물'일 가능성을 부인하며 선을 그은 것이다. 당초 우려되던 테러 혐의 흔적 등이 없었던 만큼, 외교적 갈등으로 비화하지도 않았다.
한국 정부는 주중 교민들의 안전도 당부했다. 주중 한국대사관은 22일 "중국 내 체류 중인 재외국민들에게 유해 물질이 함유된 우편물이 배송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며 "발신자 불명 또는 내용물이 의심스러운 경우 우편물을 개봉하지 말라"고 권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