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장 단속을 나온 경찰관의 성매매 의사가 없었더라도 포주가 성매매를 알선했다면 처벌할 수 있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최근 성매매 알선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포주 A씨를 처벌할 수 없다는 원심을 파기하고 사건을 의정부지법으로 돌려보냈다.
A씨는 2017년 10월 10~12일 경기 남양주시에서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면서 회당 10만 원을 받고 불특정 남성과 태국 여성들의 성매매를 알선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그는 태국 여성들을 마사지사로 고용한 뒤 인터넷 광고를 통해 손님들을 모은 것으로 조사됐다. 1심 재판부는 2019년 5월 A씨 혐의를 유죄로 인정해 벌금 400만 원을 선고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A씨에게 죄를 물을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일단 A씨가 위장 단속을 하러 나온 순경에게 성매매를 알선한 건 무죄라고 봤다. 순경이 성매매를 하러 업소를 출입한 게 아닌 만큼 성립 조건인 ‘성매수자의 자발성’을 인정할 수 없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나머지 혐의도 ‘공소기각’ 판결했다. 재판부는 “검사는 성매매 당사자를 태국인 여성 6명과 불특정 남성으로 뭉뚱그려 공소장에 기재하는 등 각각의 성매매 알선 행위를 구체적으로 적시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대법원은 원심 판단을 모두 뒤집었다. 경찰관의 성매수 의사와 무관하게 성매매 알선 행위만 있어도 처벌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대법원은 “A씨는 단속 나온 경찰관을 독립된 방에 대기시키고 성매매 여성에게 연락하여 대기 방에 들어가게 했다”며 “당사자 간 성매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주선한 것”이라고 밝혔다.
공소기각 판결 역시 바로잡아야 한다고 봤다. 재판부는 “공소사실에는 범행 시기와 장소, 성매매 알선 방법 등이 특정돼 있다”며 “구체적 범행 횟수 등이 기재되지 않았더라도 피고인의 방어권 행사를 쉽게 하는 데 지장이 없는 한 공소사실이 특정되지 않았다고 볼 것은 아니다”라고 판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