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욱에 "대장동 대출금 45억 갚아라" 소송 냈던 예보 패소

입력
2023.07.23 13:51
예보 "은행 빚, 사업권 받은 남욱이 갚아야"
법원 "10년간 승인 미뤄... 채무 인수 안 돼"

대장동 사업 관련 채권자인 예금보험공사(예보)가 민간업자 남욱씨에게 대출금 45억 원을 갚으라고 소송을 냈다가 패소했다. 대장동 개발 사업권자가 남씨로 바뀐 뒤 오랜 기간 채무 인수 동의를 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다.

23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46부(부장 이원석)는 부산저축은행, 영남저축은행 등 8개 저축은행의 파산관재인인 예보가 남씨를 상대로 낸 대여금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

대장동 초기 사업자 A씨는 2009∼2010년 시행사인 다한울(구 씨세븐), 판교PFV(구 대장PFV)를 통해 8개 저축은행에서 개발사업자금 1,110억 원을 대출받고 연대보증 약정을 체결했다. 남씨는 2011년 7월 대장동 사업권을 넘겨받으면서 관련 시행사들의 대표이자 최대주주가 됐다.

이후 시행사들은 2012년 대표이사와 연대보증인을 A씨에서 남씨로 변경하는 데 동의를 구한다는 요청을 저축은행들에 보냈다. 하지만 당시 은행 측은 남씨의 변제 능력을 문제 삼으며 동의를 보류했고, 머지않아 모두 파산했다. 이들의 파산관재인이었던 예보도 약 10년이 흐른 지난해에야 연대보증인 변경을 승인한 뒤, 남씨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예보는 “사업권을 넘겨받은 남씨가 시행사들의 대출금 일부를 변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법원은 남씨의 손을 들어줬다. 예보가 연대보증인 변경에 대한 동의 여부를 오랜 기간 밝히지 않은 만큼 채무가 남씨에게 귀속되지 않았다고 본 것이다. 재판부는 “채무 인수는 채권자의 승낙이 있어야 하는데, 예보는 상당한 기간이 지나도록 승낙 여부에 확답하지 않았다”며 “민법에 따라, 채무 인수에 대한 거절 의사 표시를 한 것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판단했다. 그러면서 “원고가 2022년 2월 보증인 변경을 승인했더라도 연대보증 채무가 피고에게로 인수되는 효력이 발생하지는 않는다”고 판시했다.

최동순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