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대 건물 공사 중 '석면 노출'... 학생들 대피 소동

입력
2023.07.23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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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양 작업 미실시... 공사 잠정 중단

서울대가 사회대 건물 리모델링 공사 과정에서 밀폐 작업을 제대로 하지 않아 학생들이 ‘석면’에 노출되는 사고가 발생했다. 정밀검사 결과, 공기 중 석면량이 배출 허용치를 넘진 않았지만 학생들의 지속적 문제 제기에도 안전조치 없이 공사를 하다 사고가 나 비판 목소리가 거세다.

23일 서울대 사회대 등에 따르면, 19일 사회대 16동에서 연구실에 있던 학생 수십 명이 급작스럽게 귀가하거나 다른 건물로 대피하는 소동이 빚어졌다. 이날 ‘서울대 사회대 16동 석면 해체 작업 설명회’를 앞두고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활동가들이 공사 현장을 둘러본 뒤 “석면 산(날림)이 우려된다”는 의견을 내놓은 직후였다. 석면은 불에 타지 않는 장점 덕에 건축자재로 널리 사용돼 왔지만 폐암, 후두암 등을 일으키는 1급 발암물질로 지정되면서 2009년부터 사용이 금지됐다.

실제 학교 측이 석면조사업체에 의뢰해 공사 중이던 연구실 네 곳 바닥에 떨어진 타일 조각 4개를 분석해 보니, 모두 석면이 3~5%가량 포함된 것으로 측정됐다. 다행히 대기 중엔 함유량이 배출 허용 기준치를 초과하지 않았다. 대기 중 섬유 농도는 0.01개/cc 이하여야 하는데 16동은 0.005~0.007개/cc로 파악됐다. 다만 보통 석면 관련 문제가 없을 때(0.003개/cc)보다는 조금 높은 수준이었다.

서울대는 이달 말 16동 석면해체 공사를 시작으로 2027년까지 16동 리모델링 및 한국경제혁신센터 신축 공사를 진행할 예정이었으나, 석면 노출 위험이 제기되면서 공사가 잠정 중단됐다. 활동가들은 오래된 건물 특성상 석면 포함 자재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큰 데도, 천장 전기 설비를 해체하면서 비닐 보양 등 공간을 밀폐하지 않은 점을 원인으로 꼽았다.

공사에 앞서 여러 차례 안전대책을 요구했던 학생들은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다량의 석면이 공기 중에 날아다니지는 않는다지만 대체 연구실이 충분히 구비되지 않은 탓이다. 서울대 사회대 대학원생 152명은 공사 시작 전인 11일 공동성명을 통해 임시 대체 공간과 소음, 분진 등의 피해를 최소화할 대책 마련을 학교 측에 요구했다. 학교는 사고 후 뒤늦게 임시 비닐 보양 작업을 했으나, 학생들은 지금도 건물 내 연구실을 이용하고 있다. 사회대 대학원 자치회 연석회의에서 활동 중인 사회학과 석사과정 강다겸(23)씨는 “공사 필요성은 알겠지만, 작업 중인 건물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의 안전도 보장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실질적 대책을 촉구했다.

장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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