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포스코의 새 에이스 등장은 10여 년 전 준비를 시작했다"

입력
2023.07.24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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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 광양시 이차전지소재 콤플렉스
4월 양산 시작한 단결정 양극재 첫 공개
"이차전지 소재 갑자기 뛰어든 것 아냐….
2010년 염수리튬 기술개발 착수"


광양 포스코는 세대 교체 중입니다. 그동안 주인공이 제철소였다면 앞으로는 이차전지소재가 될 것입니다.


20일 찾은 전남 광양시 율촌산업단지 내 포스코 이차전지소재 콤플렉스(단지)에는 과거와 현재, 미래가 공존했다. 약 70년 동안 한국 산업을 이끈 제철소 곁엔 앞으로 반세기 이상을 책임질 이차전지소재 사업을 위한 양극재 공장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 그리고 다 쓴 배터리에서 소재를 뽑아내 재활용할 포스코HY클린메탈 리사이클 공장이 줄지어 있었다. 이차전지소재 단지는 축구경기장 약 75개 규모로 마련했다.

그동안 광양 포스코의 '대표 선수'는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에서 가장 큰 광양제철소 1고로(용광로)였다. 하지만 그 제철소도 차세대 주자인 이차전지소재 단지에 주축 선수의 바통을 넘겨주려 하고 있다. 그룹의 미래 '심장'이라고 할 수 있다. 포스코 관계자들은 2030년 포스코그룹 매출의 40%를 책임질 비(非)철강 사업의 핵심 기지라고 강조했다. 그중에서도 가장 먼저 문을 연 포스코퓨처엠 양극재공장과 최근 준공한 포스코HY클린메탈의 폐배터리 리사이클링 공장이 가장 중요한 공간이다.

먼저 양극재공장 안에서는 포스코퓨처엠이 4월 양산을 시작한 단결정(단입자) 양극재가 만들어지고 있었다. 겉보기엔 흑임자 가루를 뒤집어쓴 네모반듯한 떡처럼 보였다. 검은 떡을 얹은 도가니(내열용기)가 벨트 위로 올라오자 최욱 포스코퓨처엠 양극재생산부장은 "미세한 현미경으로 보면 결정이 기존 다결정과 다르다"며 "이 양극재는 미 완성차 업체 제너럴모터스(GM)로 수출한다"고 설명했다. 단결정 양극재는 원료를 하나의 입자 구조로 결합해 충전 또는 방전 시 소재의 팽창을 막고 열 안정성을 강화하면서 수명을 늘린다. "단결정 양극재를 생산한 건 포스코퓨처엠이 처음"이라고 회사 측은 설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까지…이차전지소재 모든 밸류체인 완성

회사가 "이차전지소재의 모든 밸류체인을 완성했다"고 자랑할 수 있는 건 포스코HY클린메탈 덕분이다. 채굴·정제부터 제련·전지소재·배터리사·최종고객을 거치는 밸류체인에 리사이클링까지 더하면서 이차전지소재 모든 사이클을 완성했기 때문이다. 시운전 중인 이 공장에선 다 쓴 배터리 등을 부숴 선별 채취한 검은색 분말(블랙파우더)에서 니켈·코발트·탄산리튬 등을 뽑아내고 있었다.

폐배터리에서 이차전지소재를 뽑아내는 일은 ①배터리를 부순 '검은 가루'에서 시작한다. ②이 가루를 황산에 녹여 철과 알루미늄을 제거하고 액체에 혼합돼 있는 금속을 분리시킨다(침출·추출 공정). ③금속을 종류별로 나누고 정제된 용액을 증발시키면 알갱이 형태의 황산염이 남는다(결정화 공정). 그다음 ④황산리튬 용액에서 불순물을 없애고 탄산리튬을 만들어낸다(탄산리튬 공정).

업계에 따르면, 이런 리사이클링 시장은 2030년 380억 달러(약 48조9,820억 원)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포스코HY클린메탈 관계자는 "이차전지소재 시장 규모에 비하면 적게 보이지만 다 쓴 배터리에서 소재를 뽑아낸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장성은 충분하다"고 설명했다.

양극재 공장 인근엔 포스코필바라리튬솔루션의 수산화리튬 공장이 한창 건설 중이었다. 10월 완공을 앞둔 이곳에서는 양극재 원료로 쓰이는 리튬을 만들어 낸다.

포스코그룹은 이미 10여년 전 이차전지 소재 시장에 발을 들였다고 한다. 포스코퓨처엠 관계자는 "이차전지가 뜨니까 무턱대고 뛰어든 게 아니다. 광석에는 철강의 원료인 정광(불순물을 제거한 광석)뿐 아니라 이차전지 소재인 리튬도 들어있다"며 "2010년 염수리튬 기술개발에 착수했고 2017년 광석리튬에서, 2020년 아르헨티나 염호에서 염수를 활용해 수산화리튬을 만드는 시험공장(DP)을 짓는 한편 호주 필바라 광산에 지분 투자를 하는 등 오랜 기간 준비해왔다"고 설명했다.

광양= 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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