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중국 허베이성의 한 농촌 마을. 하객 수십 명이 참석한 가운데 신랑 송모씨와 신부 톈모씨가 결혼식을 올렸다. 사회자는 "오늘 기쁜 결혼식을 올리는 새 부부의 탄생을 축하하며 평생의 행복을 기원한다"고 외쳤고, 하객들은 박수로 축복했다. 시골 마을에서 치러진 소박하고 평범한 혼례 같지만, 실은 가짜 신부를 동원한 가짜 결혼식이다.
최근 홍콩 봉황주간과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에 따르면 중국 동북부 허베이성의 일부 농촌에서 5, 6년 전부터 '일일 결혼'이 성행하고 있다. 허베이성 일부 지역에는 "결혼하지 않은 남성이 죽은 뒤 선산이나 가족 묘지에 묻힐 경우 대대로 그 가문의 운기를 망친다"는 미신에 가까운 믿음이 존재한다. 이 탓에 미혼 남성은 사후 선산에 안장하지 않는 풍습이 생겨났다.
총각으로 늙는 서러움보다 선산에 잠들지 못하는 두려움이 더 컸던 것일까. 미혼 남성들이 돈을 주고 '고용'한 신부들과 가짜 결혼식을 올리기 시작하자, 어느새 '가짜 신부 시장'까지 형성됐다.
중매사업을 하는 우모씨는 "'전문 신부' 직원을 몇 사람 두고 있다"며 "결혼식 한 번에 3,600위안(약 63만 원)과 중개 수수료 1,000위안(약 18만 원)을 지불하면 신부를 고용할 수 있다"고 소개했다. 전문 신부들의 본업은 맞벌이 가정 아이를 봐주는 유모나 마사지사들인데, 대체로 주말을 이용해 '가짜 신부 아르바이트'를 뛴다고 한다.
허베이성의 가짜 결혼식에서 신부 역할을 한 톈씨는 "남편과 아들을 부양하기 위해선 더 많은 돈이 필요하다"며 '신부 아르바이트'가 살림에 보탬이 된다고 말했다. 단, 행여나 결혼식 하객 중 누군가 자신을 알아볼까 봐 가짜 결혼을 할 때마다 짙은 화장을 하고 가발도 쓴다고 했다. 신랑 송씨는 "예물을 주지도 않고 혼인 신고를 하는 것도 아니다. 진짜 결혼이 아니라 일종의 계약 같은 것"이라고 자신의 결혼식을 설명했다.
이 지역 풍습에 다수의 중국인들은 거부감을 표시했다. 한 네티즌은 "이렇게까지 해서 선산에 묻혀야 할 이유가 뭐냐"라며 "무엇보다 총각은 조상 묘에 들어갈 수 없다는 풍습 자체가 해괴하다"고 비판했다. 또 다른 네티즌도 "결혼은 인생의 무덤이라더니, 정말 맞는 말"이라고 비꼬았다.
하지만 가난한 농촌 총각들의 애달픈 사연으로 봐줄 여지가 없지 않다는 지적도 있다. 중국 농촌에선 여성의 집에 거액의 지참금을 주고 신부를 들이는 '차이리(彩禮)' 풍습이 수년째 심각한 사회 문제가 되고 있다. 지참금 수준은 20만~30만 위안(약 3,700만~5,500만 원)에 이른다.
이런 탓에 신부 측은 결혼을 돈벌이 수단으로 여기고, 형편이 넉넉하지 못한 농촌 총각은 결혼 자체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 각 지방정부는 차이리를 금지하거나 상한선을 설정하는 등 개선 대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뚜렷한 효과는 아직 없다. 중매업자 우씨는 "내 사업은 가난한 농촌 총각들을 돕는 일일 수도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