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행복배틀'] 뒤늦은 입소문…유종의 미 완성

입력
2023.07.21 14:59
지난 20일 종영한 ENA '행복배틀'
자체 최고 성적과 해피엔딩으로 '유종의 미'

'행복배틀'이 유종의 미를 거뒀다. 제목처럼 행복을 포장해 경쟁하는 이들의 추억한 내면이 현실에 살고 있는 시청자들에겐 경종을 울렸다.

지난 20일 ENA '행복배틀' 마지막 회가 전파를 탔다. '행복배틀'은 SNS에서 행복을 겨루던 엄마들 중 한 명이 의문투성이인 채 사망한 뒤, 비밀을 감추려는 이와 밝히려는 이의 싸움을 그리는 서스펜스 스릴러다. 스릴러 공모전에서 당선된 주영하 작가의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품위있는 그녀' '내이름은 김삼순' 등을 연출한 김윤철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이날 방송에서는 장미호(이엘)가 이복자매인 오유진(박효주)의 죽음 전말을 모두 알아냈다. 강도준(이규한)은 장미호를 납치해 함께 죽으려고 했지만 김나영(차예련)과 이진섭(손우현)이 이들을 찾아내 경찰에 넘겼다. 송정아는 집을 팔아서 회사를 다시 살리려는 노력을 했고 가정을 지키는 쪽을 선택했다.

이태호(김영훈)와 헤어져 스스로 독립하기로 한 김나영은 송정아의 도움으로 자신의 삶을 개척했다. 장미호는 오유진이 죽기 전 남긴 고발문을 다시 읽고 가족에 대한 사랑을 깨달으며 지율 하율을 맡기로 결정했다.

살인범 찾는 추리 게임 속 막장 요소

'행복배틀'은 첫 방송 전부터 연출을 맡은 김윤철 감독의 '품위있는 그녀'와 비교 선상에 올랐다. 두 작품 모두 비슷한 주제와 메시지를 관통하면서 사건과 동떨어진 제3의 인물이 살인범을 찾는다는 구조적 공통점이 컸기 때문이다. 여성 캐릭터들의 서사와 갈등이 '품위있는 그녀'를 떠올리게 했고 학부모들의 입시열이 'SKY캐슬'을 연상하게 만들었던 터다.

이미 비슷한 소재의 드라마들이 흥행을 거뒀기 때문에 '행복배틀'에 대한 기대감은 다소 낮았다. 이후 베일을 벗은 이야기에서는 범인을 찾는 과정보다 각 인물들이 갖고 있는 진실이 오히려 '행복배틀'의 무기가 됐다. 주인공을 둘러싼 30대 주부들, 특히 SNS를 통해 커뮤니케이션을 하는 이들의 삶과 욕망, 남자들의 욕망 등이 적나라하게 드러나면서 2030대 여성 시청층에게 소비됐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흥행 IP가 필요했던 ENA에게도 나쁘지 않은 성적을 거뒀다. 전환점을 돈 '행복배틀'은 각종 플랫폼을 통해 입소문을 탔고 화제성까지 잡았다. 이엘 진서연 차예련 박효주 등 내공 있는 배우들의 새로운 시도도 의미를 남겼다. 특히 이엘이 진서연과 대립하는 장면은 유튜브에서 375만 뷰를 기록했고 시청자들의 큰 관심을 입증했다.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 이후 '마당이 있는 집' 외에 별다른 히트작을 배출하지 못했던 ENA는 '행복배틀'을 통해 오랜만에 웃게 됐다. 시청률 조사회사 닐슨코리아 0.7%로 시작했던 '행복배틀'은 2.6%까지 끌어올리면서 입소문의 후광을 톡톡히 보였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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