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을 향한 북·중·러 스파이 활동

입력
2023.07.21 16:00
22면

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간첩 혹은 스파이 활동은 인류 역사와 함께 시작됐다. 춘추전국시대 손자병법은 간첩을 다섯 가지로 나누고 활용법을 구체적으로 기술한다. 향간, 내간, 반간, 사간, 생간이 그것이다. 향간은 지역주민 포섭, 내간은 상대국 관리, 반간은 적의 간첩을 역이용하는(이중간첩) 걸 말한다. 사간은 배반이 의심되는 아군에 거짓 정보를 흘리는 방법, 생간은 적정 탐지 후 돌아와 보고하는 것이다.

□명을 상국으로 받든 조선도 사신 상대 스파이 활동을 했다. 요즘으로 치면 여성 정보원의 공작에 걸린 명 사신이 본국에 돌아가 황제에게 조선에 유리한 보고를 올렸다. 조선왕조실록에 따르면 육옹(陸顒)이라는 사신은 1401년 건문제에게 “조선의 예약이 중국과 다름없다”고 실제와 다른 내용을 보고한다. 조선에서 사랑에 빠진 기생 위생(委生)과 재회하려면 조선에 우호적 내용을 황제에게 전하고 다시 사신으로 파견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조선 태종도 대명 관계에서 육옹과 위생의 관계를 적절히 이용했다.

□권위주의 진영의 민주주의 국가에 대한 스파이 활동은 선거철에 집중된다. 러시아와 중국, 이란, 북한 등은 2016년과 2020년 미 대선에 온라인과 SNS를 통해 개입한 의혹을 받고 있다. 러시아가 도널드 트럼프의 당선을 위해 다양한 여론 조성 공작을 펼친 건 부인할 수 없는 사실로 굳어진 상태다. 미국 국가정보국(DNI)은 ‘2020 미국 연방선거에 대한 외국의 위협’이라는 보고서에서 러시아의 트럼프 지원 행태를 적시했고, 그 직후 조 바이든 대통령은 러시아 외교관 10명을 추방했다.

□북한, 중국, 러시아가 미국만이 아닌 호주, 대만 등의 선거에 개입한 정황이 드러난 걸 볼 때 한국에서도 유사한 행태를 보일 개연성은 충분하다. 거슬러 올라가면 2016년 탄핵정국 및 그 이후 대선ㆍ총선 등에서 온라인은 물론 오프라인 여론 조성에 나섰을 수 있다. 우려되는 건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권위주의 진영의 응집력이 강화되고, 한국에 대한 러시아의 불만이 매우 고조된 점이다. 국가정보원도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강경파 김영철이 통일전선부 고문으로 복귀하면서 북한의 여론 공작ㆍ주요 인프라 해킹을 우려하고 있다. 우리 내부의 시시비비는 늘 열심히 가리면서도, 외부 경각심을 높여야 할 때다.


조철환 오피니언 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