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페이스샵 단일 매장 사라진다…LG생활건강, 가맹 사업 결국 '철수'

입력
2023.07.21 11:00
가맹 계약에서 물품 공급 계약으로 전환
단일 브랜드에서 다양한 브랜드 판매 가능


LG생활건강이 실적 부진을 겪는 더페이스샵·네이처컬렉션 등 가맹 사업에서 손을 떼기로 했다. 대신 물품 공급은 이전처럼 이어간다. 소비자들이 물건을 사는 주요 통로가 온라인 플랫폼과 CJ올리브영 등 H&B(헬스앤뷰티) 스토어 중심으로 바뀌면서 길거리 전문 화장품 가게의 경쟁력이 약해진 데 따른 조치다.

LG생활건강은 5, 6월 두 차례에 걸쳐 전국 로드숍 가맹 경영주들의 의견을 들어 계약 구조를 기존의 가맹 계약에서 물품 공급 계약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20일 밝혔다. 가게 주인들에게는 자사 제품을 계속 공급하고 2년 동안 할인행사 운영과 비용 정산 등을 지금 방식대로 유지한다. 경영주들은 그동안 LG생활건강의 화장품만 취급해왔지만 앞으로는 H&B 스토어처럼 다른 회사 제품도 팔 수 있게 됐다.

LG생활건강은 경영주들이 독립 사업자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물품 공급 계약을 맺는 경영주에 대해 인테리어 개선 비용, 가맹비 환급, 간판 교체 등을 돕기로 했다. 사업을 철수하는 경영주에게는 3개월분 임대료, 재고 반품, 가맹비 환급, 보상금 지급 등을 진행한다.



LG생활건강, 더페이스샵에서 손 떼는 이유


회사가 가맹사업을 철수하기로 한 것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을 계기로 로드숍이 존폐 위기를 겪고 있기 때문이다. 공정거래위원회의 2022년도 가맹사업 현황 통계에 따르면 화장품 업종의 경우 가맹점 수가 2018년 3,407개에서 2021년 1,588개로 줄었다. LG생활건강은 그동안 더페이스샵과 네이처컬렉션 등 406개의 오프라인 매장을 운영해왔다.

다양한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멀티 매장이 주도권을 잡으면서 LG생활건강도 가맹점에 다양한 제품을 추가 공급하는 방안을 고려했지만 소량의 제품을 다양하게 생산하기가 현실적으로 어려웠다는 입장이다. 타사 브랜드 제품을 아웃소싱해 공급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경쟁 관계에 있는 회사의 제품을 구매하기가 사업 구조상 쉽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물품 공급 계약으로 변경하면 경영주가 필요로 하는 중소 브랜드의 히트 상품을 자유롭게 도입할 수 있고 유행에 민감한 1020세대까지 고객층을 확장할 수 있을 것"이라며 "다양성이 부족한 가맹 로드숍의 한계를 극복하고 경영주와 거래를 장기간 유지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이소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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