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 분열 부르는 최저임금 결정… 독일ㆍ일본은 어떻게 할까

입력
2023.07.21 04:30
노ㆍ사 모두 “최저임금 제도 개편하자” 
한국, 정부 임명한 공익위원이 사실상 최저임금 결정 
독일은 정부 입김 배제, 스위스는 물가에 자동 연계 
주요국 “정치적 영향” 최소화 공통점

올해도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사회적 갈등이 재연되면서 최저임금 결정구조를 개편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합리적이고 일관된 기준 없이 '널뛰기식 결정'이 반복되는 걸 막으려면 주요 선진국처럼 객관적 지표를 바탕으로 최저임금이 결정될 수 있도록 제도를 수술하자는 것이다.

노사 양측도 최저임금 제도 개편 필요성을 인정하고 있다. 민주노총ㆍ한국노총은 20일 공동성명을 통해 “정부가 위촉한 공익위원이 결정적 권한을 쥐고 있는 현행 최저임금위원회 구조는 노동계에 불공정한 운동장”이라며 제도 개편을 요구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 역시 “소모적 논쟁과 극심한 노사갈등을 촉발한 최저임금 결정 체계 등의 제도 개선 조치가 필요하다”고 했다. 앞서 내년 최저임금은 올해보다 240원(2.4%) 오른 9,860원으로 결정됐다.

독일은 공신력 있는 연방 통계청이 제공하는 월별 임금현황(시급)을 바탕으로 9명의 최저임금위원이 인상율을 결정한다. 우리와 달리 정부가 임명하는 공익위원을 두지 않아 노사 외 제3세력 내지 정치권의 개입을 막는다. 영국은 통계청이 작성하는 주당 평균 소득 등을 지표로 9명의 노사정 위원이 최저임금을 결정한다. 우리나라처럼 다수결 투표가 아닌 전원 합의로 최저임금을 정한다.

프랑스는 △소득이 가장 낮은 하위 20%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소비자물가지수 △근로자 구매력 상승률의 50% △근로자임금조사 통계 등 3가지 지표를 활용해 최저임금을 결정, 객관성을 담보했다. 스위스 역시 소비자물가 인상률에 최저임금을 연동시켜 노동자의 최저 생계비 유지를 보장한다. 일본은 중앙최저임금심의위원회가 각 지역의 물가나 경제 여건에 따라 AㆍBㆍCㆍD 네 등급으로 나눈 지역별ㆍ특정산업별 최저임금액을 제시하면 지방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조사 및 의결을 거쳐 구체적 금액을 결정한다. 다만 중앙ㆍ지방최저임금심의위원회의 역할은 ‘자문’으로 최종 결정권은 지방정부 노동국장이 갖는다.

반면 우리나라는 정권 성향에 따라 최저임금 인상률이 등락을 반복했다.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2019년에는 각각 16.4%, 10.9%로 뛰었고, 윤석열 정부 때인 2022년, 2023년에는 각각 5.0%, 2.5%로 낮아졌다. 우리나라 최저임금 인상률은 노동계 9명, 경영계 9명, 공익위원 9명이 투표로 결정하는데 사실상 정부가 임명한 공익위원이 최종 결정권을 갖는 구조다. 따라서 정부 입김을 최소화하면서 객관적 데이터로 노동자의 최저 생계를 보장할 수 있도록 제도 개편이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정지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