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와 복달임

입력
2023.07.21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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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맘때쯤이면 뉴스에서 '삼계탕 값이 얼마다'라는 보도가 나오곤 한다. 삼계탕은 복날에 많이 먹는 음식이기 때문이다. 오늘은 중복으로, 삼복 기간의 한가운데에 있다. 한동안 비가 너무 많이 와 걱정이었는데 비가 그치자마자 무더위가 시작되었다. 삼복더위라는 말이 괜히 있는 것이 아닌 듯하다.

복날의 '복'은 '엎드리다', '굴복하다'라는 뜻의 '伏'자이다. 한국민속대백과사전에 따르면 복날은 '장차 일어나고자 하는 음기가 양기에 눌려 엎드려 있는 날'이라는 뜻이다. 삼복은 절기에 해당하지는 않지만 예로부터 지금까지 국민들이 가장 많이 챙기는 속절 중 하나가 되었다.

'삼복 기간에는 입술에 묻은 밥알도 무겁다'라는 말이 있다. 삼복에는 몸을 움직이기가 힘들어 밥알 하나의 무게조차도 힘겹다는 뜻으로, 삼복 때의 더위를 이겨내기가 힘들다는 말이다. 복날에는 "복달임하셨습니까?"라고 인사를 했는데 '복달임'은 기력이 없는 삼복 때 쇠한 기력을 보충하고 더위를 물리치기 위해 영양가 있는 고기로 국을 끓여 먹는 것을 말한다. 요즈음은 복달임 음식으로 주로 삼계탕을 먹지만 옛날에는 쇠고기 양지머리로 만든 육개장도 즐겨 먹었다고 한다.

복달임하는 일로 여러 사람이 모여서 노는 놀이를 '복놀이'라고 한다(이것을 '복달임'이라고도 한다). 주로 시원한 계곡을 찾아 발을 담그거나 바닷가 모래밭에서 모래찜질을 하는 것이었다. 선인들은 무더운 삼복 때 맛있는 음식을 먹고, 시원한 곳에서 잠깐 쉬면서 농사일로 힘든 여름 중간에 휴식을 취하고 기력을 회복했던 것 같다.

삼복 기간 하루쯤 복달임과 복놀이를 하며 더위를 이겨 내면 어떨까.

이윤미 국립국어원 학예연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