섭씨 66.7도. 최근 중동에서 관측된 열파 지수(heat index·체감온도)다. 이상고온 현상이 북반구를 덮치면서 급기야 인체 생존이 가능한 ‘한계선’마저 뛰어넘었다는 진단이 나온다. 아시아와 유럽, 북미 등 3개 대륙이 극한 기후로 신음하고 있는 가운데, 이제는 자연 상태에서 인류의 생명 유지도 불투명해졌다. ‘살인적 폭염’은 더 이상 비유가 아니다. 날씨가 ‘정말로’ 인간을 죽음에 이르게 하고 있다는 얘기다.
18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포스트(WP)와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올여름 세계 곳곳에서 관측되는 무더위의 강도는 그야말로 ‘인체 생존을 위협하는’ 수준이다. 중국 신장위구르 자치구 싼바오와 미국 캘리포니아(州) 데스밸리 국립공원의 기온은 각각 52도, 53도로 역대 최고점을 찍었다. 미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선 40도 이상 고온이 19일 이상 지속됐다. 역대 최장 기간 폭염이다.
특히 지난 16일 이란에서는 체감 더위 측정마저 힘들 정도의 고온이 관측됐다. 페르시아만 기온이 65도까지 치솟은 것이다. 현행 척도상으로는 정확한 산출이 불가능해 과학자들은 체감 더위를 화씨 150도(섭씨 66.7도)로 ‘추정해야’ 했다고 WP는 전했다.
전문가들은 이상기후로 인류의 생명 유지가 힘들어질 것이라고 우려한다.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립대 래리 케니 교수 연구팀은 “에어컨과 선풍기, 그늘 없이 인체가 자연적으로 견딜 수 있는 기준선은 약 35도”라고 밝혔다. 땀을 흘리고, 땀을 증발시켜 몸의 열을 식히는 기능은 외부 온도가 체온(36.5도)보다 높을 경우, 그 능력을 잃기 때문이다. 게다가 증발하지 못하고 피부에 고이거나 떨어지는 땀은 탈수증으로 이어질 수 있어, 실질적인 ‘생명 유지 가능 온도’는 더 낮다. 케니 교수는 “젊고 건강한 사람의 경우, 땀을 통한 신체 냉각 기능은 31도가 한계였다”며 “뇌 손상, 심장 및 신부전 가능성이 점점 커졌다”고 짚었다.
문제는 ‘살인 기후’가 더 이상 특이 현상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구온난화로 해수면 온도가 2도 이상 상승하는 ‘슈퍼 엘니뇨’까지 겹치며 북반구의 이상고온 현상은 더 극심해졌다. 카스케이드 투홀스케 몬타나주립대 교수는 “극한 기후가 이제는 사람을 죽이는 수준에 도달했다”고 말했다.
온열질환으로 숨지거나 병원을 찾는 환자도 폭증하고 있다. 특히 유럽 상황이 심각하다. 지난해 유럽에선 약 6만 명이 온열질환으로 목숨을 잃었다.
대표적인 피해 국가는 이탈리아다. 이날 수도 로마의 기온은 41.8도를 기록, 지난해 6월 최고기록(40.7도)을 1년 만에 갈아치웠다. 도시 23곳에는 폭염 적색경보가 떨어졌다. 이탈리아 보건당국은 최근 며칠간 탈수증 등 폭염 관련 질병으로 응급실을 찾은 환자가 20~25% 급증했다고 밝혔다. 나폴리 남부의 한 병원에서는 24시간 동안 231명, 6분마다 1명꼴로 온열질환 관련 응급환자가 발생해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최다였다고 가디언은 전했다.
미국도 마찬가지다. 이날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디에이고의 한 주립공원에서 산악자전거를 타던 등산객이 온열질환으로 사망했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의 매리코파 카운티 보건당국은 올해 들어 12명이 열 관련 질환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뉴욕타임스는 “피닉스 중심부의 노숙자 캠프에선 노숙자들이 뜨거운 아스팔트와 인도 블록 등 길바닥에 데어 2도 화상을 입는 사례가 속출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상고온에 대한 뾰족한 대책은 없다. 대부분 국가는 폭염 경보를 내리고, 시민들의 주의를 당부하는 게 전부라고 가디언은 지적했다. 50도 폭염에 노출된 이라크도 그중 하나다. 이날 이라크 바그다드에선 여름철 잦은 정전에 항의하며 국가를 상대로 원활한 물·전기 공급을 촉구하는 ‘땡볕 속 시위’도 열렸다.
현재로선 온열질환자 급증에 대비해 병상을 최대한 확보하는 게 최선이다. 이탈리아 정부는 ‘열 코드’를 설정해 취약한 사람들 위주로 우선 치료하도록 지방정부에 권고했다. 미국도 냉방 센터를 여는 한편, 응급실 부담을 줄이는 데 집중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