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4년 충북 청주 팔결교 부근 미호강 본류에서 발견된 미꾸리과의 어류가 처음으로 학계에 보고됐다. 미호강의 이름을 딴 '미호종개'라는 이름이 붙었다. 미호강과 갑천 등 금강 수계에서만 서식하는 길이 6~10㎝가량의 황갈색 미호종개는 주로 물의 흐름이 느린 얕은 곳에 산다. 하지만 난개발과 환경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파괴되면서 1990년대부터 개체수가 급속히 줄어 2005년 멸종위기 야생동식물 1급이자 천연기념물 454호로 지정됐다.
□미호종개 주 서식지인 미호강은 금강 지류로, 충북 음성군에서 발원해 진천군과 증평군, 청주시, 세종시 등 89.3㎞를 흐르는 충북의 젖줄이다. 일제강점기부터 천(川)으로 분류됐으나, 지난해부터 강(江)으로 공식 명칭이 바뀌었다. 몇 년 전부터 충북도와 청주시 등 인근 지자체들은 미호강에 대한 수질개선과 친수공간 조성 사업에 적극 뛰어들었다. 수질개선 사업의 상징이 미호종개다.
□지난해 11월과 올해 3월 한 달간 대청댐 물 방류 작업이 이뤄졌고, 지난해 10월에는 미호종개 치어 방류 행사도 진행됐다. 환경부 등 3개 관계 기관과 청주시 등 5개 지자체가 미호강 통합물관리를 위한 상생 협약도 맺었다. 미호강 맑은물 사업은 김영환 충북지사의 핵심 공약이었다. 김 지사는 공약실현 의지를 보여주기 위해 지난 2월 미호강 상류인 무심천에서 카약을 타는 퍼포먼스까지 연출했다.
□이랬던 충북도와 청주시가 돌변했다. 미호강 범람으로 궁평2지하차도를 지나던 14명의 시민과 도민이 황망하게 목숨을 잃은 참사 직후부터 책임 떠넘기기에 급급한 모습을 보이면서 미호강과 거리두기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김 지사는 사고 발생 이틀만인 지난 17일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영상회의에서 "국민들께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고 처음으로 고개를 숙였다. 19일은 미호강 맑은물 사업 상생협약식 및 비전선포식이 예정된 날이었지만 취소됐다. 대신 이날 한 시민단체는 참사 책임을 물어 김 지사와 이범석 청주시장을 경찰에 고발했다. 치적 쌓기보다 중요한 게 시민 안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