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펜시아 입찰방해 의혹' 배상윤 최측근 영장 기각

입력
2023.07.19 23:09
법원 "조사 협조… 증거인멸·도망 염려 없어"

KH그룹의 강원 평창군 알펜시아리조트 매각 입찰방해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배상윤 회장의 최측근인 재무 담당 부사장의 신병 확보에 실패했다.

서울중앙지법 유창훈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19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배임·횡령, 입찰방해 등 혐의를 받는 김모 부사장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진행한 뒤 구속영장을 기각했다. 유 부장판사는 "사실 관계를 인정하고, 그간 조사에 일정 부분 협조해 온 피의자 태도와 확보된 자료 등을 고려할 때 현 시점에서 증거인멸 및 도망 염려가 있다고 보기 어렵다"고 기각 사유를 밝혔다.

이어 "회사의 자금 집행 임원이라는 피의자의 역할, 피의자가 본건으로 개인적 이익을 취득하지는 않았던 정황 등을 감안할때, (김 부사장의) 책임 정도에 관해 향후 절차에서 판단의 여지가 있다"고 설명했다.

김 부사장은 KH그룹 자금 관련 업무를 총괄하면서 배 회장 지시에 따라 650억 원 상당의 그룹 자금을 배 회장의 채무변제, 카드대금 결제 등에 사용한 혐의(횡령)를 받는다. KH필룩스 등 계열사들의 자금 약 4,000억 원을 동원해 알펜시아 리조트를 인수한 뒤, 배 회장의 차명업체가 리조트를 취득하게 해 계열사에 손해를 끼친 혐의(배임)도 있다. 리조트 인수 과정에서 들러리 업체를 내세워 중복입찰하고, 강원도 측으로부터 비밀 정보인 매각예정가 정보를 받아 낙찰받았다는 혐의(입찰방해)도 있다.

서울중앙지검 강력범죄수사부(부장 신준호)는 최근 김 부사장이 2,000억 원 원 규모의 신규 대출을 받은 정황을 포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수사팀은 김 부사장이 계열사의 채무를 갚는다는 명분으로 현금을 확보한 뒤, 배 회장의 도피 자금으로 쓰는 등 빼돌렸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고 있다.

배 회장은 지난해 6월 사업 목적으로 출국한 뒤 자진 귀국 의사를 밝히고도 국내로 돌아오지 않고 있다. 검찰은 지난 4월 그에 대한 국제형사경찰기구(인터폴) 적색수배를 내렸다. 적색수배는 인터폴 회원국에 소재 파악과 체포를 요청하는 최고 등급 수배다.

강지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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