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개팅녀' 양산하는 예능… 식상함의 끝

입력
2023.07.23 08:30
예능 속 잦은 미혼 남자 연예인의 소개팅 
상대는 주로 연하의 미모 재원
"식상하다" 시청자들 지적 이어져


'○○○ 소개팅녀'. 포털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단어다. 주로 예능 속 남성 연예인의 소개팅 대상을 언급할 때 많이 쓰는 표현이다. 연애, 소개팅은 과거로부터 관찰예능, 토크쇼 등에서 다양하게 다뤄졌던 아이템이다. 그간 미혼 남성 스타들이 예능에서 소개팅하는 모습은 빈번하게 볼 수 있었다. 일부 연예인들은 실제로 연애를 이어가면서 스타 커플의 탄생을 알리기도 했다. 이처럼 일상 예능에서 주로 접하는 그림이지만 시청자들의 반감도 만만치 않다.

지난 3월 방송된 SBS '미운 우리 새끼'에서는 가수 이상민이 생애 첫 소개팅을 했다. 김준호의 주선으로 진행된 이 소개팅은 김민경 지인, 김유리 씨가 이상민의 상대로 나섰다. 두 사람은 12세 나이 차이에도 불구하고 다양한 주제로 이야기를 나누면서 핑크빛 교류를 형성했으나 교제까지 성공하진 못했다.

'미우새'의 또 다른 회차에서는 배우 오민석과 유튜버 랄랄이 소개팅으로 만났고 각자의 취향을 밝히는 장면이 전파를 타기도 했다. 지난 5일에는 채널A '신랑수업'에서 가수 신성이 코미디언 박소영, 배우 서윤아 등과의 소개팅을 앞둔 모습을 다루기도 했다.

이처럼 예능에서 남성 연예인이 비연예인 여성과 단둘이 만남을 갖는 장면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시청자들에게 과몰입을 자아내면서 실제 연애로 이어지리라는 기대감을 자극할 수 있다. 한 편의 드라마처럼 첫 만남으로 시작한 남녀가 연애, 나아가 결혼에 골인할 수 있을지는 늘 화제의 중심이었다. '연애의 맛'이 시즌3까지 이어졌던 것은 이러한 시청자들의 니즈를 적절하게 만족시켰기 때문이다. '나는 솔로' '솔로지옥' '환승연애' 등 연예인과 무관하게 다수의 이들이 사랑을 하기 위해 방송에 나선다. 아이러니하게도 출연자들의 진심이 짙어질수록 웃음과 유머는 사라지지만 시청자들은 열광했다. 현실과 방송의 경계선을 희미하게 만드는 예능의 긍정적인 면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너무 비슷한 연출 때문일까. 시청자들의 반응은 예전 같지 않다. 특히 주로 '미모의 재원'이라는 특징이 부각되는 여성들의 행보가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든다. 거기다가 주로 큰 나이 차이를 보이는 경우가 잦다. 과거 '연애의 맛3'에 출연한 김유지도 이를 통해 방송 활동을 시작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받았다. 이에 소개팅 상대였던 배우 정준이 직접 나서 "리얼 연애 다큐에 다른 시선은 버려달라. 방송 이슈 되려고 나왔다기엔 너무 리얼이다"라고 해명하는 일이 벌어지기도 했다.

과거 김종민과 소개팅을 하는 모습으로 화제를 모았던 배우 황미나는 최근 배우로 전향, 드라마 '아씨 두리안'으로 촬동 중이다. 당시 '종미나 커플'로 불릴 정도로 영향력이 컸다. 방송 속 소개팅이 현실로 이어졌을 때 대중은 환호하지만 의심의 눈초리는 아직까지 존재한다. 연애 프로그램에 나서는 출연자들이 꾸준히 진정성을 증명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한 연예계 관계자는 예능 속 소개팅에 대한 부정적 여론에 대해 "작위적인 느낌이 강하게 느껴졌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은 이미 수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에 익숙해졌고 때론 직접 예능 대본 논란을 제기하기도 한다. 촬영용으로 진행되는 소개팅은 일반적으로도 자연스러울 수 없는 상황이며 이걸 방송으로 보여졌을 땐 어색함이 부각된다. 결국은 진정성을 해치며 나아가 시청자들의 거부감을 일으키게 된다"고 지적했다.

우다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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